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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튜디오 ‘디자인 메소즈’

    ‘디자인 메소즈(Design Methods)’를 연구하는 네 디자이너 김기현·남정모·문석진·이상필


    인터뷰. 인현진

    발행일. 2015년 03월 27일

    스튜디오 ‘디자인 메소즈’

    디자인. 명사가 아닌 동사다. 이들에게 디자인은 움직이는 언어다. 과정을 중요하게 여기고, 그것을 공유한다. 분야가 다른 디자이너 네 명이 만났기에 각자의 장점이 다양하게 드러난다. 의자 하나를 만들어도 소재부터 과정까지 직접 실험을 하면서 결과를 만들어낸다. 이거 좋다, 라는 확신을 갖기 위해서는 해보는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방법을 디자인하는 스튜디오, 디자인 메소즈를 만났다.(인터뷰 당시 문석진 디자이너가 외근 중이어서 김기현, 남정모, 이상필 세 분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네 분이 스튜디오를 시작하게 된 계기가 무엇이었나요?

    원래 이상필, 문석진 디자이너 둘이 전시를 하면서 일을 같이 했어요. 남정모, 이상필 디자이너는 대학 동기고요. 문석진, 김기현 디자이너는 영국에서 같이 공부를 했어요. 처음부터 함께 하려고 만났다기보다 서로의 포트폴리오를 보면서 대화를 나누면서 의기투합하게 되었어요. 분야가 다른 점도 장점이었던 것 같아요. 어떤 부분에서는 그래픽적인 시각이 필요하고 어떤 부분에서는 산업 디자인의 인스퍼레이션이 좋고. 논쟁도 있었지만 좀 더 크레이티브한 길로 갈 수 있는 생산적 논쟁이 가능했던 것 같아요.

    어떨 때 논쟁이 되나요? 가장 기억나는 일이 있으시다면?

    정말 많아요(웃음). 사실 논리적으로 합당한 건 논쟁할 이유가 없어요. 그런데 기호적인 부분은 논리적으로 설명하기가 어렵잖아요. 관점이 다르더라도 어떤게 가장 베스트일까를 많이 생각하죠. 발전적인 논쟁이라고 봐요.

    개성이 다들 다르고 취향의 우열을 가릴 수 있는 것도 아닐 텐데, 그 과정이 쉽진 않을 것 같아요.

    경험이 다르고 전문분야도 다르기 때문에 그건 서로 인정을 해요. 의견을 반영하죠. 물론 큰 맥락 안에서는 공통되지만 각자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다를 수 있어요. 하지만 개인의 성향을 작업에 녹여내는 게 목적이 아니라 좋은 작업을 하는 게 중요하니까 개성이라는 이름으로 우기려고 하지는 않아요. 취향이 다르다고 서로의 기호가 완전히 반대인 건 아니에요. 하나의 아이디어가 너무 괜찮아서 시작을 해도 전체 흐름을 보면서 하게 되니까요. 마음에 안 드는 건 감정적으로 대립할 때도 있어요(웃음). 대신 조금 더 시간이 지난 후 저희 포트폴리오를 누군가 보았을 때 디자인 메소즈라는 스튜디오의 조형 언어를 찾을 수 있다면 디자이너로서 정말 기쁠 것 같아요.

    그런 태도를 갖추려면 내 분야뿐만이 아니라 상대 분야에 대한 깊이도 갖추어야 할 것 같은데….

    내가 부족한 부분은 동료를 믿어야죠. 내가 잘 할 수 있는 부분은 동료들이 나를 믿어주고요. 기호의 차이도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하는 게 각자 존경하는 디자이너는 다를지 몰라도 포트폴리오를 보면 공감하는 면이 많거든요. 좌우가 크게 나뉜 게 아니라 미세한 차이일 때도 있어요. 회색을 예로 들면 회색에도 여러 가지가 있잖아요. 회색 중에서도 더 밝은 게 있고 어두운 것이 있는데 어느 걸로 할 거냐, 이런 거죠. 작업을 할 때 이건 컬러를 회색으로 하는데 여기는 좀 더 밝은 회색으로(웃음). 하지만 이유가 있으니까 설명을 하죠. 다 물어보고 다수결로 할 때도 있어요.

    AL Chair
    Balsa Wood 1.3 Chair
    Climber
    엄격한가 싶은데 유연하다. 자유롭다 싶은데 고집스럽다. 방법을 중요하게 여기지만 방법론에 함몰되지 않는다. 그렇기에 고민이 많다. 카피 문제에 대한 생각도 많다. 음악이나 책에 대한 창의성에 비해 디자인 분야는 창작자의 권리가 잘 지켜지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디자인 메소즈는 생각하고 고민하는 스튜디오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지키자는 생각이 확고하다. 

    물건 하나를 고르더라도 고집하는 부분이 있을 것 같아요.

    저희가 집에서 쓰는 건 (카피 상품만을 제외한다면) 그나마 타협의 여지가 있는데 일을 할 땐 아무래도 생기죠. 예를 들면 ‘스몰 하우스 빅 도어’ 작업을 할 때도 그랬지만, 아무리 가격과 품질이 훌륭해도 카피에 걸려 있으면 선택하지 않아요. 어떤 공간 안에 넣어야 하는 물건이 있을 때 그 제품만 보면 좋지만 공간에 어울리지 않으면 타협하지 않고요. 디자이너이기 때문에 작은 것을 볼 때도 신경이 쓰이는 부분은 있어요. 소비할 때 기호가 작용하는데 순서가 있는 것 같아요. 연령대가 낮을 때는 나한테 필요하거나 트렌드에 맞는 것을 고르다가, 연령대가 올라가면 브랜드를 소비하고, 다음엔 자기의 기호가 명확하게 잡아가는 거죠.

    공간, 제품 등 다양하게 작업을 하시는데, 안 해본 일을 도전하시는 면이 강하신가요?

    지금까지 저희가 공간을 세 번 기획했어요. 처음에 맡은 일이 영어 학원이었는데 포트폴리오도 없던 상태여서 어려웠어요. 좋은 건 많이 봤지만 어떻게 현실화할 것인지, 어떻게 커뮤니케이션을 할 것인지 막막한 점이 많았죠. 우리가 원하는 것이 있는데 설명을 잘 못한 적도 있었고. 두 번째가 ‘스몰 하우스 빅 도어’였는데 이땐 조금 나았던 것 같아요. 우리끼리 할 수 있는 게 있고 도움을 받아야 하는 부분이 있다는 것도 알았고요. 물론 어떤 경우에는 처음 도전하는 일이 고정된 생각이 없기 때문에 무모하지만 더 창의적일 수 있다고 생각해요. 가령 ‘1.3 체어’의 경우 김기현 디자이너의 처녀작이었지만, 전통적인 가구산업의 혁신 사례로 국제적 평가를 받았었습니다.

    ‘스몰 하우스 빅 도어’ 프로젝트는 어떠셨어요?

    주인이 남정모 디자이너니까 클라이언트 입장에서는 어땠을지…(웃음). 디자인 하우스라는 개념이 강해요. 디자이너가 주인이기도 하고, 디자인 호텔이기도 하고. 보통은 다른 콘텐츠 서비스 제공을 하고 싶었죠. 디자인 호텔이 누구한테는 익숙하고 누구한테는 익숙하지 않을 수도 있는데, 디자이너가 디자인을 했다거나 좋게 디자인 되었다고 디자인 호텔인 게 아니라 디자인 콘텐츠를 갖추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콘셉트라고 단순히 말할 수 없는, 디자인 메소즈만의 디자인 철학을 녹여내고 있다는 생각도 들어요. 우리라면 어떻게 할 거냐는 고민을 많이 하시는 것 같아요.

    외국의 경우 (성숙한) 클라이언트가 디자이너에게 작업을 의뢰할 때는 그 디자이너의 생각을 높이 사기 때문인 것이고, 그런 의미에서 용역관계가 아니라 파트너십이 되죠. 생각이 있을 때 이미지를 바로 만드는 게 아니고 러프하게라도 테스트 해보는 게 중요하다고 봐요. 그게 바로 디자인을 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하고 우리 스튜디오의 철학(집념) 같은 거죠. 디자인 메소즈에서 디자인을 명사가 아니라 동사로 사용하는 의미에요.

    Small House Big Door Hotel
    Small House Big Door Identity
    Cocobruni
    School Project
    디자인 메소즈의 장점은 많다. 그 중에서 멤버들이 꼽는 것은 싸움이 된다는 점이다. 할 말을 못하면서 속으로 쌓아두기보다 할 말은 하면서 더 좋은 결과를 위해 노력한다. 과정을 공유하고 결과를 나누기에 숨기는 것이 없이 투명하다. 서로를 믿지만 짐 지우지 않고 자신이 하는 역할은 확실하게 해낸다. 실력과 노력이라는 양 날개를 모두 갖고 있는 느낌이다. 

    일을 하다 보면 많은 굴곡들이 있는데, 그것을 이겨내는 변곡점이 있을 것 같아요. 계속해서 작업을 해나가는 힘의 원천은 어디에서 오는지요?

    저희가 2012년 12월에 시작했는데, 아직 기간이 길지가 않아서 그런지 굉장히 힘들었다는 기억은 별로 없어요. 아무리 힘들어도 이겨내지 못할 상황은 없었거든요. 준비가 완벽하게 되어 있어서라기보다는 행운도 많이 따랐던 것 같고요. ‘스몰 하우스 빅 도어’ 같은 경우도 짧은 시간에 많은 일을 해야 하다 보니 응축된 경험이 생기기도 했고요. 프로젝트와 미디어에 대한 행운이 아직은 이어지고 있는 게 아닌가 싶네요.

    행운만이라고 하기엔 겸손한 표현인 것 같은데(웃음)…. 이건 자신 있다, 하는 게 있으세요?

    자신 있다기보다 다른 스튜디오와 다르다, 라고 생각하는 건 과정에 충실하고 거기에 맞는 결과물이 나오게 하는 것이에요. 클라이언트 만날 때도 과정을 공유하는 걸 중요하게 여기고요. 그래야 클라이언트 입장에서도 내가 이 돈을 들여서 이 정도 나오는 거다, 라는 게 납득이 될 것 같아요. 하나의 의자를 만들어도 소비자 입장에서 과정을 알면 금액에 대한 이해가 될 것 같고요. 저희가 마켓을 무시하고 디자인 하진 않지만, 그러면서도 고집을 부리는 면이 있다면 장인이 물건을 만들 때처럼 과정이 가치를 만든다고 믿는 점이에요. 저희 방식에 익숙하지 않은 클라이언트는 살짝 당황하기도 해요(웃음).

    각자의 장점이 뭐라고 생각하시는지요?

    김기현
    이상필 디자이너는 눈에 그리드가 그려져 있는 것 같아요. 훈련을 통해서 길러진 것이라기보다는 태생적이지 않나 싶을 정도에요. 사진을 찍는 걸 봐도 그렇고. 보여주고 싶은 것이 정확히 나오더라고요. 남정모 디자이너는 세련된 감각이 장점이에요. 오랜 시간 동안 관심을 갖고 길러야 하는 건데 참 좋은 눈을 갖고 있어요.

    남정모
    김기현 디자이너는 한 마디로 디자이너에요. 제가 지금까지 겪어왔던 어떤 분보다 ‘디자이너’인 것 같아요. 장점이야 정말 많은데 그걸 다 아우르는 게 디자이너라는 말인 것 같아요. 사소한 흥미조차 머릿속에선 디자인이 지배하는 것 같아요. 저와 이상필 디자이너는 친구로 먼저 만났으니까 이해가 되는 부분이 많아요. 작업적으로 부딪쳐도 공감되는 게 많고요.

    이상필
    김기현 디자이너는 배울 게 많아요. 항상 디자인에 대해 얘기해요. 프로젝트를 4개를 하면 4개의 인격이 생겨서 매번 교체되는 것 같아요(웃음). 남정모 디자이너는 스무 살 때부터 친구였어요. 물건을 보는 눈도 그렇고 센스가 정말 좋아요. 이 친구가 사면 뭐가 좀 달라요. 우리 중에서 현실감각이 제일 좋아요. 갈등이 생기면 중간에 완충역할도 해줘요.

    나에게 디자인 메소즈란?

    김기현
    스튜디오를 항상 하고 싶었어요. 스스로 창의적인 환경을 만들기에 좋은 방법인 것 같고요. 다행히 좋은 동료들을 만났기에 할 수 있는 일을 꾸준히 할 수 있는 루트라고 생각해요. 남정모: 현재의 나를 보여줄 수 있는 공간이에요. 일이면서도 동시에 제가 어떤 사람이라는 것을 표현할 수 있는 이름이기도 하고요. 그런 바람이 크네요.

    이상필
    나의 미래인 것 같아요. 그만큼 중요한 곳이에요. 60세쯤 됐을 때 내 아이들이 나를 보고 아빠는 저 일을 참 좋아했구나, 하는 걸 느꼈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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