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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두가 궁금했던 폰트의 모든 것, 고바야시 아키라 세미나

    내가 진짜 듣고 싶었던 폰트 이야기. 지난 9월 5일(목)에 있었던 모노타입 타입 디렉터 고바야시 아키라 초청 세미나 〈폰트 종류는 많은데 어떤 폰트를 쓰는 것이 좋을까?〉를 들은 한 마디 소감이다.


    타이포그래피 서울

    발행일. 2013년 09월 25일

    모두가 궁금했던 폰트의 모든 것, 고바야시 아키라 세미나

    내가 진짜 듣고 싶었던 폰트 이야기. 지난 9월 5일(목)에 있었던 모노타입 타입 디렉터 고바야시 아키라 초청 세미나 〈폰트 종류는 많은데 어떤 폰트를 쓰는 것이 좋을까?〉를 들은 한 마디 소감이다. 일본인으로서 독일에 건너가 모두가 말렸던 로마자 디자인을 시작했던 사람. 독일로 건너가 인생의 방향을 바꾸게 했던 장본인, 전설적인 폰트 디자이너 헤르만 차프의 열정을 깨웠던 사람. 오로지 폰트만 생각했기에 가능했던 일들은 하나하나 실현되었고 그 과정에서 몸소 겪었던 이야기는 이날, 한국의 디자이너들에게 깊은 영감과 도전이 되었다.

    세미나는 1부와 2부로 나누어 진행했다. 1부에서는 세미나 사전에 디자이너를 대상으로 받은 20개의 질문에 하나하나 답하는 형식으로 진행하였다. 폰트에 관한 질문은 실무에 관련한 디테일부터 작업 환경이나 사회적 인식 등 외부 환경에 관한 것, 그리고 고바야시 아키라 개인적인 폰트 취향, 작업 버릇에 관한 것이 주를 이루었다. 고바야시 아키라는 해당 질문에 대한 답변을 실제적인 예를 들어 사진과 텍스트 자료로 준비하여 누구나 쉽고 재미있게 들을 수 있도록 친절한 설명을 이어갔다.

    대표적인 질문과 답변을 몇 개 소개하자면, “로마자 디자인을 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점이 무엇인지 궁금하다.”라는 질문이 있었다. 이에 대해 고바야시 아키라는 자간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이것이 일정하지 않다면 좋지 않은 디자인이라고 말했다. 글자마다 생김새가 다 다르기에 자간의 크고 작음의 균형을 잘 맞추어야 한다는 것. 간혹 사람들이 모든 글자의 자간을 똑같이 배정하는 실수는 하는데, 우리가 폰트를 쓸 때는 한 글자 한 글자 따로 쓰는 것이 아닌 단어나 문장으로 쓰기 때문에 어떤 글자와 조합을 해도 자간의 균형이 맞아야 함을 강조했다. ‘A’를 만든다고 해도 ‘A’ 한 글자만 생각해 자간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Apple 등의 단어가 되어 다른 글자와 조합했을 때를 생각하는 것. 그렇기에 고바야시 아키라는 하얀 종이에 로마자가 쓰였다고 가정했을 때 글자 부분인 검은색 부분보다 흰색의 공간에 더 주목하라고 조언한다. 처음엔 익숙지 않겠지만, 계속 훈련을 하다 보면 균형이 보일 테고 그게 바로 ‘형태를 보는 눈’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하나 인상적이었던 내용. “동경했던 헤르만 차프(Hermann Zapf)와의 파트너십은 어땠는지, 그의 잘 알려지지 않은 인간적 이면도 궁금하다.”라는 질문이 있었다. 고바야시 아키라는 헤르만 차프에 대해 “이렇게 완벽한 사람도 체계적이고 반복적인 정교한 과정을 통해 결과물을 내는구나.”라는 생각을 했다며 말을 이어갔다. 그와 함께 옵티마 서체를 리디자인 하는 동안 아침 8시부터 오후 5시까지 점심식사 20분을 제외한 모든 시간을 함께하며 작업에 몰두했다고 말했다. 사실 처음에 헤르만 차프는 옵티마를 많이 고칠 생각이 없어서 리디자인 시작할 때 미팅 몇 번만 하고 아주 살짝 고치려고 했단다. 하지만 이런 자신의 태도와 상관없이 디자인적으로 끊임없는 제안을 하는 고바야시 아키라를 보며 활동력과 상상력, 창조력에 불이 붙었던 것. 헤르만 차프가 스케치를 하면 고바야시 아키라가 컴퓨터 작업을 하는 식으로 일은 진행됐고, 독일 모노타입 사장은 몇 년에 한 번 출근하던 사람이 이토록 변한 것에 대해 많이 놀랐다는 후문도 곁들여 이야기했다.

    마지막 소개할 내용은 “아침 7시~오후 5시까지 서서 일하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나? 힘들 것 같기도, 반대로 재미있고 특이하다.”라는 질문이 있었다. 이에 대해서는 처음 서서 일을 시작했을 때 이야기를 먼저 해 주었다. 일본 동경에서 프리랜서로 집에서 일할 때 아이가 태어났다고 한다. 아기가 조금 크니 자꾸 컴퓨터를 건드렸다는 것. 위험하기도 하고 방해가 되기도 해 서서 일하기 시작했는데 그게 익숙해 졌다며, 독일 모노타입에서도 고바야시 아키라의 이런 작업 형태를 고려해 서서 일할 수 있는 책상을 세팅해 줬다고 한다. 하지만 정작 자신은 서서 일하는 것에 대해 전혀 특별해 보이지 않는다고 말하기도 했다. 레스토랑의 셰프나 오케스트라 지휘자, 호텔 프런트에 있는 분들도 서서 일하지 않느냐며.

    1부 사전 질문과 답변이 끝나고, 2부에서는 객석에서 즉석 질문을 받아 답변하는 형식으로 진행했다. 객석 반응은 가히 폭발적으로 시간이 모자라 다 받지 못하고 중간에 끊어야만 했을 정도로 질문에 질문이 꼬리를 물었다. 사실 일본인들은 부끄러움을 많이 타기 때문에 보통 세미나를 하면 질문이 거의 없지만, 고바야시 아키라는 자신이 생각한 한국인들은 적극적이고 열정적이기 때문에 질문이 많을 거란 예상을 했다고는 한다. 세미나가 끝나고 한국 디자이너들의 질문 세례가 인상 깊었다며 진심으로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분홍색 바지에 알파벳 B가 볼드하게 프린트된 티셔츠를 입고 시종일관 강의장을 왔다갔다하면서 열정적인 강의를 이어갔던 고바야시 아키라. 이토록 깊고 깊은 쌍방향의 세미나가 또 있을까. ‘고바야시 아키라’라는 이름을 온몸에 각인했던 아주 특별한 시간. 디자이너라면 궁금했던 폰트 이야기는 그렇게 끝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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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바야시 아키라가 쓴 <폰트의 비밀> 북리뷰 보러 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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