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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자인 스튜디오 ‘고민’ 안서영·이영하

    “콘텐츠의 원형에 충실히 다가가려고 해요. 저희 목소리는 그보다 작아도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인터뷰. TS 편집팀

    발행일. 2013년 08월 01일

    디자인 스튜디오 ‘고민’ 안서영·이영하

    집단의 정체성을 드러낼 수 있는 가장 대표적인 것은 무엇이 있을까? 여러 가지를 떠올릴 수 있겠지만, 가장 대표적인 것이라고 할 만한 것은 역시 '이름'이 아닐까. 덕분에 우리는 어떤 이름을 지을 때 수없이 고민하게 된다. 강한 인상을 남기면서 정체성을 대표하는 이름을 짓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 안서영과 이영하 두 디자이너가 운영하는 스튜디오 '고민'은 적어도 정체성만큼은 확실하게 드러내는 이름을 지녔다. 디자인에 있어서 그 무엇보다도 고민하는 과정을 중요하게 여기는 그들. 곰곰이 생각하는 디자인 스튜디오 고민(홈페이지)을 만나보자.
    ▶ 왼쪽부터 이영하, 안서영

    함께 스튜디오를 차리게 된 계기가 있나요?

    서영
    같은 대학에서 같은 학과를 다녔는데, 캠퍼스 커플이었어요 계속(웃음). 졸업하고 저는 회사 생활을 했고, 영하 씨는 개인적인 공부를 하면서 프리랜서로 일하고 있었는데 제가 회사를 그만두면서 일을 돕게 된 게 계기였죠.

    영하
    처음에는 마침 제가 큰 규모의 일이 들어온 게 있어서 쉬는 김에 같이 해보자 하고 시작했는데, 하다 보니까 일이 계속 들어오더라고요. 그래서 구색을 좀 맞춰야겠다 싶어서 같이 스튜디오를 차리게 되었죠.

    ‘고민’이라는 이름은 어떻게 만든 것인가요?

    서영
    따로 계획이 있던 게 아니고 그냥 본명으로 프리랜서 활동하다가(웃음) 2012년 초부터 고민으로 활동했어요. 영하 여러 가지 이름을 생각했어요. 중이 제 머리 못 깎는다고, 진짜 한 백 개 이백 개 생각했는데…. 이름 짓는 게 고민이었어요(웃음).

    영하
    저희가 처음으로 했던 작업에 이름을 넣어야 하는 데 뭐라고 써야 할지 몰라서 ‘곰곰이 생각하는’이라고 했어요. 그런데 너무 유치한 것 같더라고요.

    서영
    게다가 사람들이 아동 서적을 디자인하는 곳으로 생각해서 아무래도 더 진지한 이름으로 가야겠더라고요.

    영하
    기본적으로 저희 둘이 스타일이라던가 그래픽적인 점은 맞지 않는 점이 많이 있어요. 그런데 둘이 작업하면서 공통으로 추구하는 것은 일단 생각, 고민을 많이 하는 것이기 때문에 ‘고민’이라는 이름으로 결론지었어요. 저희가 생각하기에 고민이라는 단어에 긍정적인 부분이 많다고 여겼는데, 주변 사람들은 좀 부정적으로 들린다고 하더라고요.

    서영
    되게 우환이 생길 것 같고(웃음), 안 풀릴 것 같고. 그런데 디자인하는 데 있어서 특히 고민이라는 게….

    영하
    그 과정을 견뎌야 좋은 결과물이 나온다는 점이 긍정적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그냥 밀고 나갔죠.

    서로 역할 분담이 어떻게 되어있나요?

    서영
    원래는 구분 없이 서로 많이 참견하면서 작업을 진행했는데, 아무래도 잘하는 부분이 다르다 보니까 조금씩 구분이 되고 있어요.

    영하
    특히 올해 들어서 점점 나누어지는 추세에요. 서영 씨는 완성도 있는 이미지를 만드는 편이고, 저는 콘셉트를 맡는 편이고.

    서영
    굳이 나누자면 시각과 콘셉트죠.

    ▶ [좌] THEE OH SEES 내한공연 포스터  [우] 우리는 올라탔다 Nous sommes embarques
    ▶ 대안문화공간 봄 소식지 ‘호텔 봄’

    기억에 남는 작업이 있다면?

    서영
    최근에 작업한 책이 하나 있어요. 『그럴 때도 있다』라는 책인데, 청각장애를 가진 사진가가 영국 유학을 가서 일어나는 일을 담은 책이에요. 이걸 작업하면서 청각장애인의 환경에 관한 생각을 많이 했어요. 아예 소리를 듣지 못하는 상황에서 텍스트를 어떻게 표현하면 좋을까. 그리고 저자분이 시각적인 면에서 굉장히 강점이 많거든요. 그래서 그런 점과 텍스트를 어떻게 구분할까 하는 고민을 많이 했죠.

    최종적으로 텍스트는 고요한 느낌으로, 마음속으로 독백하는 듯한 느낌으로 풀어봤고, 사진 배치를 좀 자유롭게 했어요. 그리고 책에 고양이가 많이 나와요. 책의 내용 자체가 꿈꾸는 것을 이루어 나가고자 하는 것이기 때문에 꿈을 꾸는 동물이 뭐가 있을까 하다가 고양이를 선택한 거예요. 사진에도 많이 등장하고.

    영하
    책을 만들 때 클라이언트 쪽에서 청각 장애라는 것을 전면에 드러내지 않고 최대한 영국 풍경을 담아내는 식의 방향을 제시했어요. 그래서 저희가 어떻게 하면 좋을까 생각하다가 이제 텍스트와 이미지를 배치하는 데 있어서 차이를 두는 식으로 디자인했죠.

    ▶ 책 『그럴 때도 있다』

    작업을 통해 드러내고 싶은 고민만의 색이 있나요?

    서영
    콘텐츠 자체가 지닌 원형 같은 것이 있다고 생각을 해서, 거기에 충실하게 다가가려고 해요. 저희 목소리는 그것보다 작아도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콘텐츠의 본모습이 잘 드러날 수 있게 하는 디자인이 좋다고 생각하죠.

    영하
    본격적인 활동을 하기 전 2년 동안 심리 치료와 철학을 공부했어요. 기획서 밖에서도 조금 더 해석할만한 여지가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런 해석을 더해서 작업을 진행하는 편이죠. 그래서 저희 작업을 보면 다 약간씩 다르다고 생각이 드는데, 모아놓고 보면 이게 고민의 느낌이다 하고 생각이 들 수도 있겠네요.

    그래도 고민만의 목소리를 들려줄 수 있는 그런 작업을 하고 싶을 것 같아요.

    영하
    원래는 고민의 자체 작업을 더 하고 싶어 했어요. 제가 글을 쓰고 서영 씨는 비주얼을 멋있게 다듬어주는 식으로. 고민이 고민의 클라이언트가 되면 지금까지와는 다른 결과물이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해요.

    서영
    1년 반 정도 일하면서 중간에 자체 작업에 대한 아이디어를 많이 냈어요. 그런데 시간에 쫓기고 급한 일을 하다 보니까 뒤로 많이 미뤄놨죠. 저는 스테이셔너리를 해보고 싶은 생각이 있어요. 고민의 자체 상품 같은 것을 만들어보고 싶어요. 그리고 고민의 일상적인 모습과 B급 정서적인 생각을 담은 그런 흔한 무크지도 만들어보고 싶은 생각이 있고요. 많이들 하니까 우리도 해봐야 하지 않겠나 하는…(웃음).

    영하
    그리고 저희 이미지가 굉장히 많이 담긴 아카이브를 만들고 싶어요. 어떤 작업이 될 수도 있고 전시가 될 수도 있고….

    홈페이지에 작업 소개가 상세하게 적혀있는데 그 텍스트가 모두 이미지로 올라가있더라고요.

    영하
    저희가 명조체를 굉장히 좋아해요. 그래서 홈페이지에 작업 설명을 엄청 길게 써서 명조체로 올리고 싶었는데, 사실 저희는 웹 제작을 할 줄 몰라요. 그래서 웹사이트를 만들어주신 분한테 얘기했더니 그러려면 이미지로 올릴 수밖에 없다고 하시더라고요.

    서영
    그리고 웹상에는 저희가 원하는 대로 조판하기가 어려운 문제도 있더라고요. 아무래도 직접 만들어서 올리는 게 낫겠다 생각했죠.

    영하
    근데 그것도 까다로워서 업데이트를 많이 못했어요(웃음).

    서영
    글 쓰는 것도 일이고 만드는 것도 어려워서….

    영하
    타이포그래피가 내용의 측면도 존재하긴 하지만 저희는 목소리에 집착을 많이 하거든요. 이 사람의 생각이나 개성 같은 것을 충분히 담아낼 수 있는 서체를 많이 연구해요. 이 사람은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고 이런 모습, 이런 개성을 가지고 있구나. 이런 서체가 더 맞겠다 생각하는 거죠. 물론 다들 기본적으로 하겠지만, 저희는 조금 더 신경 써서 마음속 깊이 다가가려고 조금 더 노력하죠. 저희한테는 명조가 조금 더 어울린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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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로의 장점을 칭찬해본다면?

    영하
    사실 이 친구는 일단 얼굴이 예쁘고요(웃음). 시각적인 완성도 측면에서 제가 다가갈 수 없는 면이 많아요. 완결된 이미지구나 싶게 디테일까지 손보는 그런 점이 굉장히 좋아요. 그리고 음악적인 감수성이 굉장히 풍부해요. 덕분에 음악 관련 작업을 할 때 도움이 많이 됩니다.

    서영
    작업할 때 선곡을 잘하는 편입니다(웃음). 제 작업은 좀 딱딱한 편이에요. 그리드를 많이 갖춰놓는 편이랄까? 제도적이고 뭔가 완성도 있고 그런 작업을 하는데, 영하씨는 발상이 굉장히 자유로워요. 제가 생각하지 못하는 것을 많이 던진다고 할까? 창의적인 거죠. 그리고 저보다 글을 잘 쓰고(웃음).

    끝으로 미처 하지 못한 이야기가 있다면 들려주세요.

    서영
    소규모 스튜디오 문화가 정착되었으면 좋겠어요. 우리나라는 아직 소규모 스튜디오가 이제 막 생겨나는 단계여서, 어떤 불이익을 당하거나 어려운 부분이 있을 때 권리를 주장할 수 있는 기관이나 기구가 없어요. 디자이너들은 개인적인 경향이 있다 보니까 연대가 잘 안 되잖아요. 그래서 그런 것을 이야기해볼 기회가 있으면 좋을 것 같고, 거기에 관한 고민을 하고 있죠. ‘왜 우리는 노조를 만들지 못하는가’ 이런 식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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