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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자인 개념어 사전_김상규 편] 24. 공공디자인(public design)

    공공디자인은 공공의 사용을 위해 만들어진 제품, 환경, 정보를 망라하는 개념이다. 그런데도 흔히 공원 벤치, 가로등, 거리 간판과 같은 대상물을 디자인하는 것으로 설명되곤 한다.


    글. 김상규

    발행일. 2016년 08월 17일

    [디자인 개념어 사전_김상규 편] 24. 공공디자인(public design)

    공공디자인은 공공의 사용을 위해 만들어진 제품, 환경, 정보를 망라하는 개념이다. 그런데도 흔히 공원 벤치, 가로등, 거리 간판과 같은 대상물을 디자인하는 것으로 설명되곤 한다. 이런 시각은 8월 4일부터 시행된 ‘공공디자인의 진흥에 관한 법률’에도 나타난다. 이 법은 공공디자인을 다음과 같이 규정하고 있다.

    “일반 공중을 위하여 국가, 지방자치단체, 「지방공기업법」에 따른 지방공기업,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 제4조에 따른 공공기관이 조성, 제작, 설치, 운영 또는 관리하는 공공시설물 등에 대하여 공공성과 심미성 향상을 위하여 디자인하는 행위 및 그 결과물을 말한다.”

    전형적인 공공시설물 디자인 개념이다. 법 조항은 행정 용어로 명료하게 표현되어야 하기 때문에 전문 용어에서 담을 만한 수준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더구나 이 법을 주도한 문화부는 디자인 정책을 추진할 법적 근거가 절실했고 산업부, 국토부와 충돌을 피해야 했던 사정이 ‘공공디자인’이라는 용어에 고스란히 녹아있다. 그런데도 전문용어로 통용되는 더 명확한 개념이 존재했다면 법안에도 반영되었을 것이다. 이 법안의 정의는 현재까지 디자인 전문가들이 공공디자인을 한국 사회에 설명할 논리가 시설물 수준에서 더 발전하지 못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공공미술의 경우, 끊임없이 변화하는 공공장소의 역동성에 주목하는 한편 공공미술을 공공장소의 미술과 구분하고 ‘공공’을 이해하려는 시도가 이어졌다. 작가이자 비평가인 수잔 레이시(Suzanne Lacy)는 ‘뉴 장르 공공미술(New Genre Public Art)’이라는 개념으로 공공미술의 비전을 세웠고 조각가 버지니아 막시모비츠(Virginia Maksymowicz)는 공공미술의 개념을 정의하면서 공동체의 관심사와 그에 대한 반응을 담아야 한다는 결론을 내리기도 했다.

    공동체와의 관계에 주목하고 있고 ‘뉴 장르’가 시사하듯이 다양한 전문가의 협업을 의도하기 때문에 공공미술 개념의 변화가 공공디자인과 무관하지 않다. 또 다른 변화는 공공디자인과 사적 디자인(private design)의 경계가 흐려졌다는 점이다. 사적 영역과 다른 공공적 가치를 주장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예컨대, 스마트 기기와 네트워크 서비스 때문에 공공 공간을 사적 영역이 밀어내고 있다. 그리고 신자유주의 경제 체제에서 공공성이 약화된 탓이기도 하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현재의 공공디자인을 공유재(commons) 개념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공공지식(Public Knowledge)의 공동 창립자인 데이비드 볼리어(David Bollier)는 공공물과 공유물을 구분한다. 법적 공공물은 국가가 소유권을 갖는 공공 자산을 설명하는 법적 범주인 반면, 공유물은 국가의 힘을 넘어서는 재산군이라는 것이다. 공유물은 게이티드 커뮤니티(Gated Community),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과 같은 공간의 사유화뿐 아니라 디지털 시대의 정보 사유화(네트워크 서비스 기업들의 데이터 마이닝)까지 쟁점이 된다. 이처럼 변화된 상황에서, 공공디자인은 물리적 공간이든 경험이든 사유화되는 자산을 공유화(commoning)하는 데 비전을 둘 수 있다.

    공공디자인은 2005년부터 행정적인 용어가 되었고 법으로 명문화되기에 이르러 논란의 여지가 있는 개념 정의로 굳어졌다. 문제는 납득할만한 공공디자인의 정의가 없다는 것이 아니라 그동안 동시대적인 개념을 정의하려는 고민과 시도가 적었다는 점이다. 지난 10년간 정치적인 프레임, 산업적인 플랫폼에서 공공디자인을 언급해왔다면 지금이라도 디자인과 공공이 만나는 공적인 플랫폼을 구축할 개념을 찾아야 할 것이다.

    김상규 
    가구회사, 디자인회사, 미술관에서 디자이너와 큐레이터로 활동했고 현재는 서울과학기술대 디자인학과 교수로 있다.
    『사회를 위한 디자인』을 번역했고 『의자의 재발견』, 『착한디자인』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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