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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자인 개념어 사전_김상규 편] 18. 사용성(usability)

    전통적인 의미의 사용성은 기계와 제품을 사람이 다루는 정도를 정량적으로 평가하는 것을 가리킨다. 이는 사용성이라는 개념이 인간공학 연구에서 시작되었기 때문인데 오늘날에는 공업생산품에서 스크린 인터페이스와 서비스 및 경험까지 아우르면서 정성적인 평가로 확장되었다.


    글. 김상규

    발행일. 2016년 02월 16일

    [디자인 개념어 사전_김상규 편] 18. 사용성(usability)

    전통적인 의미의 사용성은 기계와 제품을 사람이 다루는 정도를 정량적으로 평가하는 것을 가리킨다. 이는 사용성이라는 개념이 인간공학 연구에서 시작되었기 때문인데 오늘날에는 공업생산품에서 스크린 인터페이스와 서비스 및 경험까지 아우르면서 정성적인 평가로 확장되었다. 그래서 사용성은 ‘쉬운 사용(ease-of-use)’ 또는 ‘더 나은 사용(better use)’을 지향하는 개념에서 ‘더 나은 경험(better experience)’으로 향상시켜야 할 개념이 된 것이다.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 품질(Software Engineering Product Quality)에 관한 국제 기준 문서를 요약하면, 사용성은 사용자가 목적한 바를 제대로 성취할 수 있는지, 효과적으로 성취했는지, 그 결과가 만족스러웠는지 따지는 것이다.

    사용성은 사용성 평가를 통해서 디자인 결과물의 정당성을 보여주는 합리적인 지표 역할을 하며 사용자 중심 디자인(user-centered design) 방법론으로 사회적, 도덕적 함의를 포함시키기도 한다. 이러한 설명은 사용자 경험 디자인, 서비스 디자인 관련 자료에서 찾을 수 있는 기본적인 정의다.

    기술 용어 차원의 정의에서 더 나아가 포괄적인 시각으로 보면 사용성에서 몇 가지 쟁점을 발견할 수 있다. 우선, 사용성은 한편에 디자이너 또는 개발자를 두고 그 맞은편에 사용자 또는 소비자를 두는 대항 구조로 되어 있다. 이 구조에서 사용성 평가는 전문가가 개발한 것을 ‘사용자’라는 특정한 집단에 사전 테스트를 하는 꼴이 된다. 이때 사용자는 소극적이고 중립적인 존재로서 테스트 대상이고 사용성은 테스트 항목으로 간주된다. 최근에는 이 구조를 벗어나고자 디자인 프로세스에 사용자가 참여하는 적극적인 사용성 연구가 이뤄지기도 한다.

    또한, 기술의 수준 관련된 쟁점이 있는데 사용성이 신기술에 국한된 개념이라는 사실이다. 기술을 서술할 때 혁신 중심의 서술과 사용 중심의 서술로 나눌 수 있다고 한다. 사용성은 최근에 개발되었거나 개발을 염두에 둔 새로운 기술의 적용과 관련되므로 다분히 전자에 해당된다. 이미 수십 년 전에 개발되어 안정화와 개선이 필요한 기술, 즉 ‘사용기술(technology-in-use)’은 사용성 평가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 이런 점에서 시장 반응을 예측하기 위한 사용성 평가가 아닌 실제 사용 환경에서 어떻게 활용되고 변용되었는지 추적하는 영향 평가가 필요할 수도 있다.

    이 쟁점은 결국 사용자를 어떻게 볼 것인가 하는 문제와 직결된다. 사용자는 잠재적 고객으로 정의할 수 없는 복잡한 개념이다. 넓게 보면, 사용자는 어떤 상품과 서비스를 직접 사용하는 사람뿐 아니라 바로 그 옆에 있는 사람과 이웃을 포함한다. 이 개념은 공공 건축과 복지 정책에서 오래전부터 적용되었다. 말하자면 ‘사용자’는 공공 건축 또는 복지 프로그램의 혜택을 받는 사람들을 뜻했다. 디자인 영역에서도 사용자를 수혜자로 충분히 대입할 수 있다. 하지만 사용자의 등장과 함께 비소유자, 그리고 사용자(소유자)로 인한 피해자도 발생한다. 결국, 사용성은 수혜자를 위한 개발 항목일 뿐이며 사용자 친화적이라거나 사용자 중심이라는 표현은 공동체에서는 기만적인 것이 된다. 그런 면에서 더 나은 사용과 더 나은 경험이 더 나은 사회나 더 나은 세계로 귀결되지는 않는다.

    앞에서 설명한 개념은 클라이언트나 고용주를 위해 일정한 기간 내에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는 개발자들의 이론에서 언급되는 ‘사용성’, ‘사용자’와는 분명히 다른 접근이다. 하지만 디자인 전문가가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고 다가올 변화를 예측하면서 창의적인 해결책과 가능성을 제시하려면 주변 학문에서 정의된 것을 차용하거나 자기계발서에서 논하는 수준 이상의 적극적인 개념 정의가 필요할 것이다. 예컨대 사용성의 경우, 기능적 결정론으로 ‘사용’을 한정하지 않고 공유, 점유, 창의적 (재)활용 등 능동적 사용자들의 공동체를 염두에 둔 정의도 가능할 것이다.

    김상규
    가구회사, 디자인회사, 미술관에서 디자이너와 큐레이터로 활동했고 현재는 서울과학기술대 디자인학과 교수로 있다.
    『사회를 위한 디자인』을 번역했고 『의자의 재발견』, 『착한디자인』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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