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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자이너의 낙서 #11 타인의 낙서 – 몰스킨에서 나온 책 『THE HAND OF THE GRAPHIC DESIGNER』

    생각이라는 건 항상 막연한 이미지로 떠오른다. 어떤 글자가 정확히 떠오르기보다는, 역시 이미지에 가깝다고 할까. 이런 이미지를 심상이라고 하는데 변기를 예술품으로 만든 뒤샹은 예술에서 심상이 중요할 뿐 그 수단은 어떤 것이든 상관없다고 했다.


    글. 강구룡

    발행일. 2016년 09월 20일

    디자이너의 낙서 #11 타인의 낙서 – 몰스킨에서 나온 책 『THE HAND OF THE GRAPHIC DESIGNER』

    몰스킨에서 나온 책 『THE HAND OF THE GRAPHIC DESIGNER』. 몰스킨 노트 형식을 그대로 빌려 책으로 만들었다. 출처: amazon.com 

    생각이라는 건 항상 막연한 이미지로 떠오른다. 어떤 글자가 정확히 떠오르기보다는, 역시 이미지에 가깝다고 할까. 이런 이미지를 심상이라고 하는데 변기를 예술품으로 만든 뒤샹은 예술에서 심상이 중요할 뿐 그 수단은 어떤 것이든 상관없다고 했다. 최초에 머리에 떠오른 생각과 그것을 발전시킨 아이디어에 가치를 두고 누군가 이미 만든 오브제를 사용해도 문제가 없다. 그가 말한 레디메이드(ready-made)가 지칭하는 기성품이나 이미 나온 제품은 다른 심상을 가지고 접근하면 새로운 대상으로, 즉 예술품이 될 수 있다. 이런 식으로 보면 심상을 가장 미리 표현한 낙서나 스케치도 독립된 예술품으로 가치가 있을 것이다. 이처럼 막연히 떠오른 이미지, 또는 경험에 의해 나타난 상으로서 심상을 표현한 작가의 노트나 디자이너의 스케치는 큰 가치를 가진다. 생각의 출발점으로 작업의 과정을 알 수 있고, 최종 결과물과 비교해보면서 차이를 발견하는 재미를 얻는다.

    그런 면에서, ‘다른 디자이너는 어떻게 낙서를 하고 다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멋진 디자인 작품이나 포스터를 보고 있으면 누구나 한 번쯤 이런 생각을 해보았을 거다. 작업 이전에 떠오른 최초의 아이디어나 끼가 넘기는 기록을 보면 결과물보다 더 재미날 때가 많다. 가령 누군가 만나서 미팅해야 하는데, 그 사람이 어떤 걸 좋아하는지 알고 가는 것이 도움되는 것처럼 작가의 노트를 보고 나면 왜 그런 결과가 나왔는지 맞혀보는 재미가 있다. 몰스킨에서 나온 『핸드 오브 그래픽 디자이너(THE HAND OF THE GRAPHIC DESIGNER)』라는 책을 보면 국내외 뛰어난 크리에이터의 작업 스케치를 만나볼 수 있다. 몰스킨 노트의 콘셉트를 담아서 노트북 형식으로 만든 이 책은 마치, 실제 몰스킨에 낙서한 것처럼 다양한 작가의 스케치를 엿볼 수 있다. 개인적으로 마음에 든 부분은 그래픽 디자이너만의 낙서를 모은 것이어서 이 분야에 관심이 있는 사람에게 큰 도움이 된다. 가장 눈길을 끄는 건, 디자이너마다 스케치 수단이 다양하다는 거다. 에릭 슈피커만(Erik Spiekermann)은 전통적인 방식인 연필로 글자를 스케치하고, 밀턴 글레이저(Milton Glaser)는 색연필과 연필을 묘하게 결합해 사용한다. 그래픽 디자이너 파네트 멜리에(Fanette Mellier)는 종이를 접어 독특하게 알파벳을 만들며, 크리에이티브 에이전시 H-Art는 색종이와 솜뭉치를 콜라주 하여 아이처럼 낙서한다. 다양한 방식의 낙서와 스케치를 보고 있으면 다른 디자이너는 이렇게 낙서하는구나! 라는 공감과 함께 막연히 무엇을 표현하는 방법은 역시 막연하게 많다는 생각부터 든다. 다른 분야도 그렇지만, 그래픽 디자이너에게 낙서는 완성품에 가장 근접한 생각을 표현할 수 있는 도구이자 표현 방법이 아닐까 한다.

    백문이 불여일견. 직접 아래 이미지를 보고 다른 디자이너의 심상을 훔쳐보는 재미를 느껴보자.

    강구룡 
    그래픽디자이너, 디자인 저술가. 포스터와 책을 주로 디자인하지만, 
    디자이너로 작업하며 실패한 경험과 성공 이야기를 8:2로 버물려 글도 쓴다. 
    틈틈이 이 둘을 왔다갔다하며 낙서를 한지도 제법 10년이 훌쩍 넘었다. 
    그동안 그린 낙서로 조만간 새로운 책을 내려고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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