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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민준의 서(書) #8 드라마 타이틀 캘리그래피

    서예가 오민준의 캘리그래피 시론 ― 드라마에 쓰인 ‘캘리그래피 타이틀’ 비평적으로 바라보기


    글. 오민준

    발행일. 2013년 08월 07일

    오민준의 서(書) #8 드라마 타이틀 캘리그래피

    캘리그래피를 하는 사람들 대부분은 방송타이틀을 쓰고 싶어 한다. 그중에서도 드라마타이틀을 쓰고 싶어 한다. 왜냐하면, 그 드라마가 인기를 끌 경우 캘리그래피까지 함께 유명세를 타기 때문이다. 현재 방송되는 드라마는 대략 30개 정도이며, 캘리그래피로 쓰인 타이틀은 20개에 달한다. 70%에 육박할 정도로 캘리그래피를 선호하고 있다. 하여튼 캘리그래피는 어느 분야에서든 대세인 것만은 확실하다.

    대부분 많은 사람들이 드라마타이틀을 쓴 캘리그래피 작가는 잘하는, 잘 쓰는 작가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다 그렇지는 않다. 몇 개의 캘리그래피 작업이 좋다고 해서 다양한 영역의 캘리그래피를 다 잘한다고 말할 수는 없지 않은가. 살펴보면 좋은 캘리그래피 방송타이틀 글씨도 많았고, 그에 반해 미흡한 글씨도 있었다. 전체를 아울러 이야기하기에는 너무도 방대하기에 현재 방영 중인 것과 근래에 종영한 드라마타이틀을 가지고 언급하고자 한다. 최대한 객관적인 시점에서 이야기하겠지만, 필자의 주관적 견해가 들어갈 수 있음을 서두에 밝힌다.

    동아시아는 서예와 그 역사를 같이 한다. 문자기록과 비문 등 그 당시의 역사적 내용을 뒷받침하는 내용이 서예로 쓰였을 뿐 아니라 서예가 곧 문자의 역사가 된다는 것을 알아야 할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바라보면 단순히 붓글씨가 캘리그래피가 되는 것은 아니며 다양한 서체적 이해와 더불어 필선에 대한 고민을 해야 할 것이다.

    드라마타이틀의 글씨를 보면 고전 서체를 기준으로 하고 그 위에 자신의 필체(筆體)와 필치(筆致)를 활용하여 쓰인 것은 소수에 불과한 반면 대부분의 글씨는 자신만의 손글씨를 이용한 것이다. 그런 부분은 필선에서 잘 나타나고 있으며 서체적 이해 부족으로 자형의 불안정하다. 기초적인 지식이 없는 상태에서의 글씨는 그동안 배워 왔던, 봐 왔던, 써 왔던 글씨의 단순 표현에 지나지 않는다.

    ‘최고다 이순신’, ‘대왕의 꿈’, ‘상어’, ‘은희’, ‘허준’ 등이 필선을 통한 감성적 표현이 잘 되었다고 생각한다. 붓이 아닌 다른 재료나 도구를 활용한 글씨의 경우 조금은 다른 해석이 필요하겠지만, 붓글씨는 먼저 선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필요하다. 다시 말해 붓을 다루는 운필법을 알아야 한다. 그다음 서체에 따른 자형을 알아야 한다. 이러한 기초적인 부분이 안정되었을 때 다양한 감성표현의 캘리그래피가 될 수 있으며 개성적인 나만의 글씨가 된다고 생각한다.

    드라마타이틀의 캘리그래피 사례

    ‘최고다 이순신’은 판본고체의 형태에 자신만의 글씨를 표현한 것으로 선의 대비를 크게 하여 구성한 것이 특징이다. 초성은 작고 가는 선으로 하였지만 ‘신’의 초성은 굵은 선으로 강하게 표현하였다. 글씨의 중심을 맞춘 것으로 보이며, 만약 ‘신’의 ‘ㅅ’이 ‘이순’의 초성처럼 작고 가는 선으로 표현하였다면 전체적인 밸런스가 무너졌을 것이다. ‘신’의 ‘ㅅ’ 하나가 ‘이순신’의 전체구성에 안정감을 주면서 다른 변화를 주게 된 것이다. 일반적인 패턴에서의 표현이었다면 통일감을 줄 수 있었겠지만 전체적으로 다양한 변화를 주지 못했을 것이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甲’자의 전각형태인데, 만약 제대로 넣는다면 돌에 새겨 찍는 정확한 형태의 전각이 되어야 할 것이다. 이런 형태는 다른 캘리그래피에서도 종종 보이는데 조심해야 할 부분이다.

    ‘대왕의 꿈’은 흘림의 형태를 취한 것으로 필치가 좋다. 필선에서 힘을 느낄 수 있으며 선의 대비가 좋다. ‘왕’과 ‘의’의 세로획의 위치가 초성보다 밑에 있거나 비슷한 위치에 있는 특징과 ‘꿈’의 ‘ㅜ’의 기필부분이 뒷부분에 위치한 특징이 있다. ‘꿈’의 ‘ㄲ’의 앞의 ‘ㄱ’을 아래로 내려 ‘대왕의’와 흐름을 같이 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은희’는 흘림의 형태로 선의 표현이 좋다. 전체적인 구성도 안정되며, ‘희’의 점 표현이 일반적이 각도가 아닌 역방향에서의 표현이 특징적이다. 세로획은 끝 부분을 약간 뭉툭하게 함으로써 여운을 남기고 있다. 만약 시원스럽게 빼서 마무리를 했다면 그런 여운은 느끼지 못했을 것이다.

    ‘상어’는 글씨에서 이미 상어를 느낄 수 있다. ‘상’의 ‘ㅅ’과 ‘ㅏ’의 기필부분에서 상어 입의 날카로움이 느껴지고, ‘ㅓ’의 점 부분을 길게 하여 마치 상어가 헤엄을 치는 듯한 느낌이 있다. 강약의 대비와 구성이 참 좋다. 흘림의 형태지만 ‘어’에서 판본고체를 느낄 수 있어 작가가 하나의 서체가 아닌 두 가지 이상의 서체를 혼합하여 표현했음을 알 수 있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상’의 ‘ㅇ’부분이 자칫 흘림에서는 ‘ㄴ’으로 보일 수 있기 때문에 아랫부분을 좀 더 둥글게 표현했으면 한다.

    ‘허준’은 판본필사체의 자형과 비슷하지만, 한문 북위해서를 연상케 한다. 한문 북위해서에서 느껴지는 강한 필치가 느껴지며, 그 안에 ‘ㅎ’에서 부드러운 필의도 보인다. 영화 ‘조조’의 글씨와 상당히 유사하다. 비슷한 글씨의 형태를 ‘잘못됐다’, ‘아니다’라고 선을 그어 말할 수 없지만 서로가 보호하고 지켜야 할 일인 것만은 확실하다.

    ‘꽃들의 전쟁’과 ‘백년의 유산’은 흘림의 글씨이다. 크게 무리 없이 흘림이 가지고 있는 유려한 필선을 대비를 주면서 잘 표현하였다. 하지만 약간의 오자의 소지와 자형이 아쉬운 부분이 있다. ‘꽃들의 전쟁’에서 ‘쟁’자의 표현이 오자의 가능성이 보이는데 ‘ㅐ’와 ‘ㅇ’의 연결 부분이다. ‘ㅐ’에서 전쟁의 느낌으로 강한 선 표현을 하면서 확실하게 ‘ㅇ’과 연결하지 않고 따로 운필을 하였다. ‘ㅐ’의 두 번째 세로획의 끝 부분이 오른쪽으로 약간 삐치면서 ‘ㅏ’로 오해할 소지가 보이며 세로획과 종성의 연결선을 따로 하지는 않는다.

    ‘백년의 유산’에서는 ‘ㅂ’과 ‘ㅐ’의 연결이 매끄럽지 못하다. 흘림의 경우 다음 획과의 자연스러운 연결이 특징인데, 여기에 쓰여진 ‘ㅂ’은 끝 부분을 아래 방향으로 하여 받침에 가까운 형태가 되었다. 또한 ‘산’의 중성과 종성의 연결 부분이 조금 아쉽다. ‘ㅅ’과 ‘ㅏ’를 띄고, ‘ㅏ’와 ‘ㄴ’을 연결하여 썼다면 흐름이 좀 더 매끄럽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구가의 서’는 판본고체의 형태를 취한 글씨로 전체적인 글씨의 구성은 괜찮지만, 모필의 특성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 필선이 불안정하다. 이것은 운필법이 불안해서 나온 것으로 사료되며 서체에 대한 인식도 부족한 듯하다. ‘서’의 세로획을 강한 필치로 곡선을 준 특징이 그나마 이 글씨의 느낌을 살리고 있다. 전각의 형태가 보이는데 이것 또한 잘못되었다. 가로쓰기의 형태에서 전각의 배자는 세로쓰기의 형태가 되고 있으며, 돌에 새긴 것이 아니라 글씨를 썼거나 집자를 한 것으로 보인다. 앞서 ‘최고다 이순신’에서도 언급했지만, 전각은 전각의 형태를 정확하게 취하는 것이 좋으며, 만약 그렇지 못한 경우는 전각의 자형이나 느낌을 충분히 살릴 필요가 있다.

    ‘천명’은 강한 필치의 흘림자형으로 구성되어 있다. 배우가 직접 타이틀을 썼다는 것에서 많은 이슈가 된 것으로 알고 있다. 참여한 배우가 직접 썼다는 것에서 의미를 부여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많이 부족한 글씨이다. ‘천명’의 글씨는 초성과 중성, 종성과의 필의가 각각 다르게 나타나고 있다. 이것은 자신의 손글씨체를 붓글씨체로 쓴 것에 불과하다. 자신의 감성적 표현, 기분은 충분히 느낄 수 있으나 붓에 대한 운필법과 서체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전각적인 형태의 ‘천명’ 또한 전각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사각의 빨간 바탕에 글씨를 올려놓는다 해서 전각의 느낌이 나는 것은 아니다.

    ‘결혼의 여신’은 흘림의 형태의 글씨로 선의 강약의 대비가 강하다. 흘림의 부드러운 필선보다는 약간 딱딱한 느낌의 형태이다. 흘림의 경우 붓에 대한 자신감, 즉 운필이 불안하면 자신감이 결여된다. 전체적인 구성이나 느낌은 나쁘지 않으나 강하게 어필되는 부분 또한 보이지 않는다. 글자가 가지는 기본적인 형태가 있으며 글자를 길게 또는 넓게 하는 부분은 자형에 대한 이해와 다른 글씨들과의 관계를 생각해야 한다. ‘혼’자의 경우 ‘결’자와 길이를 비슷하게 하려고 무리하게 쓴 흔적이 보인다. 일반적으로 받침 ‘ㄴ’의 경우 흘림에서는 연결선을 길게 하지 않는다.

    ‘남자가 사랑할 때’ 역시 흘림의 형태로 두 줄로 구성되어 있다. 먼저 눈에 띄는 것은 ‘ㅏ’의 점 부분이다. 상당히 길게 빠르게 운필하여 시원스런 느낌이 든다. 하지만 흘림의 경우 ‘자’, ‘가’, ‘사’처럼 세로획의 끝 부분에서 점을 쓰지는 않는다. 이것은 흘림자형을 잘못 이해한 데서 오는 실수라고 보인다. 고전의 글씨는 세로쓰기이며, 흘림의 경우 2~3글자를 연결해서 쓴다. 그래서 받침이 없는 글자는 다음 글자와 연결하여 쓰기 위해 세로획의 끝 부분에서 점을 쓰기도 하고 밖에서 점을 찍어 세로획의 끝 부분과 연결하기도 한다. 전체적인 리듬감이 있어 활발한 느낌이 들며 ‘사랑할 때’에서 ‘때’자를 넓게 표현했다면 전체적인 구성이 좀 더 안정감이 생기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여왕의 교실’은 흘림의 형태로 상당한 속도감을 느낄 수 있다. 운필에 대한 자신감은 필선에 그대로 베여 있어 그 힘을 느끼기에 충분하다. ‘왕’의 ‘ㅇ’ 윗부분에 붓 터치를 통해 왕관의 모양을 만들어 낸 것에서 여왕에 대한 느낌이 느껴진다. 자세하게 왕관을 그린 것보다는 왕관의 느낌을 붓 터치를 통해 만들어 그 느낌이 더해지는 것 같다.

    ‘직장의 신’은 판본고체의 형태에 흘림의 필의가 있다. 선의 굵고 가늠의 대비가 좋고, 반복되는 ‘ㅈ’의 변화와 세로획을 초성보다 길게 한 특징이 있다. 자신이 표현하고자 하는 방향으로 두 가지 서체를 적절하게 표현하였으며, 다양한 선 표현에서 그 느낌이 더 해졌다고 생각한다.

    ‘칼과 꽃’은 세로쓰기를 한 흘림의 형태이다. 글자 하나하나는 크게 무리 없이 잘 써졌지만, 전체적으로 각자 따로 노는 느낌이다. 글자 모두가 각각의 특징을 나타내고 있기 때문이라 사료된다. ‘칼과 꽃’을 연결하는 ‘과’자의 역할이 중요한데 그 역할을 제대로 못 한 것 같다. 또한 ‘칼’은 날카롭게, ‘꽃’ 화려하게 표현됨으로써 상반된 느낌이 되어 전체적으로 통일감이 부족하게 되었다고 생각한다.

    ‘불의여신 정이’는 ‘불의여신’과 ‘정이’가 각각 다른 느낌의 글씨체이다. ‘불의여신’을 쓴 사람이 ‘정이’를 썼다고는 보이지 않으며, 각각의 다른 필체가 불안하다. ‘불의여신’의 글씨는 자신감 있는 운필로 흘림의 맛과 멋을 충분히 표현됐지만, ‘정이’는 모필에 대한 이해와 서체에 대한 이해가 많이 부족해 보인다. 어떠한 이유에서 이렇게 구성을 했는지 모르겠으나 조금은 안타깝다.

    ‘못난이주의보’는 흘림의 형태를 취하고 있지만 ‘못난이’와 ‘주의보’의 느낌이 다르게 나타난다. ‘못난이’는 못생긴 것을 표현하면서 일부러 글씨를 못 써 ‘못난이’를 표현했으며, ‘주의보’는 흘림의 유려하고 시원스런 느낌을 표현했다고 보인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글씨가 어우러져야 하며 통일감을 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성이면 감천’은 판본고체의 형태를 취한 것으로 필치보다는 귀엽고 예쁜 쪽에 초점을 맞춰 쓴 것으로 보인다. 모필에 대한 특성과 서체에 대한 이해가 많이 부족해 보인다. 캘리그래피의 표현은 붓 이외에도 다른 도구의 표현도 있다. ‘지성이면 감천’의 글씨는 모필보다는 다른 도구의 표현이 더 적절했을 것으로 생각된다.

    드라마타이틀 캘리그래피를 정리하며

    사실 글씨를 잘 쓰고 못 쓰고는 나중 문제이다. 누구나 최선을 다 해 자신이 가지고 있는 역량을 발휘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부는 해야 한다. 앞으로 더 좋은 글씨를 쓰기 위해서는 많은 고전자료를 연구하고 공부해야 하며, 한글서체뿐만 아니라 한문서체, 전각에도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며, 전문가의 조언을 듣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현재 방송되고 있는 드라마타이틀의 글씨는 흘림의 형태가 많았다. 흘림은 정확한 운필과 정확한 자형을 인지하지 못하면 오자가 될 가능성이 다른 서체보다 크다. 흘림에서는 실획과 허획이 있다. 자연스러운 글씨의 흐름을 갖게 되는 흘림에는 연결선이 생기는데, 실획과 허획을 정확하게 구분하고 써야 한다. 실획을 허획처럼, 허획을 실획처럼 쓰게 되면 오자가 될 가능성이 크다.

    두 가지 서체를 혼합하여 쓴 드라마타이틀도 있었다. 필자는 개인적으로는 하나의 글씨에 여러 서체를 혼합하는 형태나 다양한 선 표현을 한 글씨를 좋아한다. 그렇게 했을 때 캘리그래피의 특징인 다양한 감성표현과 나만의 글씨를 쓸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한 가지 서체는 아무래도 표현이 한정되며 그 안에서 다양한 선 표현이 어렵기 때문에 여러 서체를 공부하거나 같은 서체에서도 여러 필체가 있기 때문에 다양하게 공부한다면 감성표현이 풍부한 더 좋은 글씨를 쓸 수 있다고 생각한다.

    캘리그래피에 전각의 형태를 넣은 것을 자주 볼 수 있다. 드라마타이틀에서도 많이 나타나고 있는데 전각에 대한 이해가 없으면 좋은 글씨 써 놓고도 그것 때문에 격이 떨어질 수 있다.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빨간 사각에 글씨를 올려놓는다고 해서 전각의 형태가 되는 것은 아니다. 어설픈 흉내는 아니 한 것만 못하니 전각에 대해 공부하거나 전문가의 견해를 들어야 할 것이다. 옛 말에 이런 구절이 있다.

    “구상이 신묘하니 변화가 생기고 붓 끝에 힘이 있으니 마음껏 써 내는구나. 글이란 모름지기 자신에게서 나오게 할 것이니 남의 뒤를 따르는 것은 절대로 삼가야 하느니라”

    비슷한 형태의 캘리그래피가 많다. 양심의 문제라 생각한다. 당장 이 순간을 모면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열심히 연구하고, 부지런히 공부한다면, 나만의 개성 있는 좋은 글씨, 멋진 글씨를 쓸 수 있다고 생각한다.

    오민준
    현재 한국캘리그라피디자인협회 상임이사직을 맡고 있으며,
    한국과 일본에서 대학정통서예를 공부한 후 신고전주의 캘리그라피/서예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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