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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정은의 디자이너’s 다이어리 #12 애니메이션 〈치코와 리타〉

    얼마 전 ‘치코와 리타’라는 스페인, 영국 합작 애니메이션이 상영됐다. 우연히 보게 되었는데, 다 끝나고 나서야 감독 중 한 명이 하비에르 마리스칼인 것을 알고 무릎을 쳤었다. 아, 역시 그다운 그래픽!


    글. 이정은

    발행일. 2012년 05월 09일

    이정은의 디자이너’s 다이어리 #12 애니메이션 〈치코와 리타〉

    #치코와 리타

    얼마 전 ‘치코와 리타’라는 스페인, 영국 합작 애니메이션이 상영됐다. 우연히 보게 되었는데, 다 끝나고 나서야 감독 중 한 명이 하비에르 마리스칼인 것을 알고 무릎을 쳤었다. 아, 역시 그다운 그래픽!

    간략한 줄거리는 이렇다. 쿠바 혁명이 일어나기 전인 1948년의 아바나. 천재 피아니스트이자 작곡가 치코(바람기도 있다)는 어느 날 클럽에 갔다가 ‘베사메무쵸’를 부르는 리타의 미모와 목소리에 완전히 매료된다. 그들은 음악에 대한 열정을 나누며 사랑에 빠지지만 사소한 오해들이 반복되고, 결국 리타는 연예 기획자인 론의 꼬임에 넘어가 뉴욕으로 건너가게 된다. 치코 역시 큰 기회를 노리며 뉴욕에 밀입국 하지만 그가 보잘 것 없이 사는 동안 리타는 뉴욕을 넘어 헐리우드까지 진출하는 대스타가 된다. 어느 날 치코가 리타를 생각하며 만든 노래, ‘릴리’가 큰 성공을 거두면서 그들은 다시 영원한 사랑을 약속하고 라스베가스에서 결혼식을 올리기로 한다. 하지만 론의 음모로 치코는 쿠바로 강제 출국을 당하고 리타는 라스베가스에서 하염없이 치코를 기다린다. (그래서 그들은 결국 만나게 될까요? 그렇지 않을까요? ^__^)

    이 애니메이션은 세 명의 거장이 만들었는데, 모두 면면이 쟁쟁하다. 영화 <아름다운 시절>로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을 수상한 스페인의 거장 페르난도 트루에바 감독, 쿠바 출신의 전설적인 라틴 재즈피아니스트로 영화 속 모든 음악을 연주한 장본인인 베보 발데스 등 모두 대단한 인물이지만 내가 이야기하고 싶은 건 이 영화의 그래픽이기 때문에 치코와 리타라는 캐릭터를 탄생시키고, 모든 드로잉을 맡았던 하비에르 마리스칼에 관해 알아보자.

    하비에르 마리스칼은 스페인 그래픽 디자인계의 거장으로,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의 마스코트 ‘코비’를 디자인하면서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코비’는 올림픽이 끝난 지금까지도 캐릭터 상품으로 잘 활용되고 있는 대표적인 올림픽 마스코트인데, 기존의 올림픽 마스코트와 심볼이 평면적이고 단순했다면 코비는 친근한 형태와 심플한 색상은 물론 자유분방한 드로잉에서 유머까지 느껴져 많은 사람의 사랑을 받았다.

    유혜영의 ‘스페인디자인여행’이란 책에도 코비에 관한 글이 나온다.

    “마리스칼을 세상에 알린 코비는 기존의 단순하고 딱딱한 올림픽 픽토그램이나 심벌과는 차별을 둔 디자인이다. 코비와 그의 친구들의 얼굴에는 유머가 가득하다. 마치 장난꾸러기 이웃집 꼬마와도 같다. 당시 코비는 픽토그램의 스타일을 고수한 기존의 디자인과는 달리 파격적인 디자인이었다. 하지만 그것은 올림픽에는 관심도 없던 어린이들의 마음까지 사로잡았으며, 올림픽 역사상 가장 많이 팔린 프로모션 상품이었다. 아시아 시장에 비해 캐릭터 디자인이 큰 인기를 얻지 못했던 유럽에 캐릭터 붐을 만든 장본인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p.183,187)

    이런 거장이 만든 애니메이션이라니 다시 리와인드 해서 꼼꼼히 보지 않을 수 없지 않겠는가. 영화의 배경은 크게 그들의 고향인 쿠바의 ‘아바나’와 꿈을 찾아 떠났던 ‘뉴욕’으로 나눌 수 있는데, 그는 이 두 도시의 모습을 어떻게 표현했을까.

    ▲ 쿠바 Havana의 모습
    ▲ 미국 New York의 모습

    아바나는 수평적이고, 따뜻한 햇살과 여유가 느껴지는데 반해 뉴욕은 수직적이고 빛과 어둠의 대비가 강하다. 화려한 도시의 빛을 보여주기보다는 밤의 모습, 흐린 날의 모습, 커다란 그림자가 드리운 건물, 어두운 골목길 등을 묘사하여 하바나와 달리 긴장감과 차가운 느낌을 주고 있다.

    마리스칼은 실제로 아바나에서 한 달간 머물렀고, 1950년대 당시 도시 정부의 도로 수리를 위한 사진 기록까지 찾아내는 등 명분이 있고 생동감이 넘치는 캐릭터와 배경을 탄생시키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고 한다. 눈을 호사스럽게 하는 캐릭터의 스타일, 술집에 붙어 있는 메뉴판과 벽보들, 갖가지 글자들로 가득 찬 간판과 이 모든 것의 조합이 만들어 내는 풍경들이 한 장면 한 장면 훌륭한 작품이고, 재생 도중 어느 지점에서 일시정지(pause) 버튼을 누른다 해도 버릴 것이 없을 만큼 훌륭하다.

    특히나 아바나에서 뉴욕으로 장소가 이동될 때 색다른 화면전환 방식을 보여준다. 이때 보이는 그래픽이야 말로 정말 ‘마리스칼스럽다’ 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인데, 대비가 강한 색의 조화와 단순하고 자유분방한 드로잉에서 그의 색을 강하게 느낄 수 있다.

    이쯤 되면 마리스칼의 타입(Type) 그래픽도 굉장히 궁금해지지 않는가.

    치코와 리타의 타이틀을 비롯한 그의 글자 표현은 어떤지 찾아봤다.

    예상대로 글자 역시 가만두지 않았다. 다양한 버전의 그림 같은 글자로 마리스칼 폰트(Mariscal Font)를 만들어도 재미있지 않을까.

    치코와 리타(Chico & Rita) – 페르난도 트루에바, 하비에르 마리스칼, 토노 에란도/ 스페인, 영국/ 2010

    하비에르 마리스칼 (Javier Mariscal) http://navercast.naver.com/design/designer/1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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