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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기태의 저작권 이야기 #7 모든 ‘공저’가 공동저작물은 아닌 이유

    공동저작물과 결합저작물의 차이― 김기태 교수가 알려주는 미디어 저작권 상식


    글. 김기태

    발행일. 2020년 05월 22일

    김기태의 저작권 이야기 #7 모든 ‘공저’가 공동저작물은 아닌 이유

    하나의 저작물은 그것을 작성한 사람이 한 명인 경우―단독 저작의 형태―가 대부분이다. 그런데 경우에 따라 저작자가 여럿일 수도 있다. 이때 ‘공저’라는 표현을 쓰는데, 여기서 말하는 ‘공동저작물’이란 단순히 저작자가 여러 명이라는 의미가 아니라는 점에 주의해야 한다.

    닮은 듯 다른 ‘공동저작물’과 ‘결합저작물’

    하나의 저작물에는 저작자 유형에 따라 흔히 ‘저(著)’ 또는 ‘지음’, ‘역(譯)’ 또는 ‘옮김’, ‘편저(編著)’ 또는 ‘엮음’ 등의 단어가 따라붙게 된다. 순수한 창작인가, 아니면 다른 언어로 옮긴 것인가, 또는 다른 사람이 작성한 여러 편의 저작물 중에서 가려 뽑아 그것을 엮어 새로운 저작물을 작성했는가 하는 점을 기준으로 한 것이다.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저작물이라 하더라도 만약에 저작자가 한 명이 아닌 두 명 이상이라면 저작자의 표시가 달라질 수밖에 없다. ‘공저(共著)’ 또는 ‘공역(共譯)’, ‘공편(共編)’ 등이 그것이다. 이런 경우의 저작물을 일단 공동저작물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저작자가 두 명 이상인 저작물이라 해도 그 성질을 살펴보면 사뭇 다른 점을 발견할 수 있다. 여러 사람이 같이 창작했지만 각각의 저작자가 각자 창작한 부분을 분명하게 알 수 있는가 하면, 하나의 저작물 속에서 누가 어디까지 창작하고 어디부터 손대지 않은 것인지 알 수 없을 수도 있다는 말이다. 따라서 저작권을 행사함에 있어서, 앞의 경우인가 뒤의 경우인가에 따라 권리 주체를 파악하기 어려워질 수도 있다.

    저작권법에서 말하는 ‘공동저작물’이란, 바로 두 사람 이상이 작성한 저작물이면서 각자가 이바지한 부분을 밝혀내기 어려운 저작물을 뜻한다. 각자의 이바지한 부분이 명확한 것은 ‘결합저작물(結合著作物)’의 형태로 보아, 각자가 이바지한 부분에 대한 단독저작물로 파악해도 권리를 행사함에 있어서는 별 문제가 없다.

    결국, 여러 사람이 작성한 저작물이라 할지라도 아래 예시처럼 각자가 이바지한 부분을 분리할 수 있을 때는 공동저작물이라 할 수 없다. 즉, 공동저작물이 되기 위한 기본 전제는 ‘저작자가 둘 이상이되 각자의 저작 부분이 분리될 수 없는 저작물’이어야만 한다. 물론 둘 이상의 법인이나 단체가 공동으로 저작에 참여하는 형태도 가능하다.

    공동저작물이 아닌 공저의 예
    · 작가 A, 삽화가 B의 그림책: 글·그림(삽화)을 따로 분리해서 사용해도 무방하다면, A와 B 각각은 단독저작자와 마찬가지로 인정받는다.
    · 작사가 A, 작곡가 B의 노래: 작사·작곡 파트가 동시에 실연(實演)될 수 있고, 가사집(작사 파트)이나 경음악(작곡 파트)으로의 별도 이용 또한 가능하다면 공동저작물이라 할 수 없다. 이럴 때는 각자의 이바지한 부분에 대한 저작권이 별도로 주어지는 것이다.

    공동저작물의 저작인격권 행사

    현행 저작권법은 “공동저작물의 저작인격권은 저작자 전원의 합의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이를 행사할 수 없다. 이 경우 각 저작자는 신의에 반하여 합의의 성립을 방해할 수 없다.”라고 명시하고 있다. 권리 주체가 여러 사람이기 때문에 어느 한 명이 일방적으로 행사할 수 없다는 뜻이다. 그런데 ‘합의’라 해서 무조건적인 것이 아니라, 통념상 합리적 방향으로의 합의에 따라 다수결이면 가능하다는 뜻에서 ‘신의(信義)에 반하여 합의의 성립을 방해할 수 없음’을 밝히고 있다.

    이를테면 이런 예를 들 수도 있겠다. 어떤 공동저작물에 대해 비교적 좋은 조건을 제시한 출판사가 있다. 그런데 저작자들 중 한 사람이 자기와 이해관계에 있는 특정 출판사를 고집한다면 공표권의 전원 합의는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다. 이 경우는 다른 저작자들의 합의만으로 공표권 행사가 가능하다.

    또한 저작권법에는 “공동저작물의 저작자는 그들 중에서 저작인격권을 대표하여 행사할 수 있는 자를 정할 수 있다.”라고 돼 있다. 저작자가 여럿이다 보니 합의를 거치는 단계가 복잡해질 수도 있으므로, 공동저작자 전원이 합의해서 대표로 저작인격권을 행사할 대표자를 둘 수 있다는 의미다.

    이와 관련해서는 “권리를 대표하여 행사하는 자의 대표권에 가하여진 제한이 있을 때 그 제한은 선의의 제3자에게 대항할 수 없다.”는 규정도 있다. 공동저작자 전원의 합의에 따라 선임된 대표자가 행사한 대표권이, 저작자들 내부의 제한에 위배되었더라도 계약 상대방이 선의(善意)의 피해를 당하게 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밝혀둔 것이다. 이를테면 아래와 같은 상황을 고려한 규정이라 할 수 있다.

    예시
    공동저작자들끼리 저작권사용료로 출판물 정가의 10% 이상이면 이의를 갖지 않기로 합의하고 모든 계약 사항을 대표자에게 위임했다. 그런데 나중에 알고 보니 계약서에는 10%가 아니라 8%로 기재돼 있었다.
    
    해석
    계약이 무효인가 아닌가의 문제가 생길 수 있는 상황이다. 두 가지 측면에 따라 해석은 달라진다.
    첫째, 출판권자가 공동저작자들끼리의 합의 내용(인세 10% 이상)을 모르는 상태에서 대표자만 믿고 계약을 맺었다면 저작자들끼리의 내부 합의와는 상관없이 계약 상대방을 선의로 해석해서 그 계약은 유효하다.
    둘째, 내부 합의 사실을 알고도 대표자를 설득하거나 매수한 끝에 맺어진 계약이라면 그 계약은 악의(惡意)에 의한 것으로 보아 무효가 된다.
    두 가지 측면과는 별개로, 저작자 내부에 가해진 제한으로서의 합의 내용을 계약 상대방이 알았느냐 몰랐느냐를 입증해야 하는 부담은 존재한다.

    공동저작물의 저작재산권 배분

    현행 저작권법은 공동저작물의 저작재산권 행사에 대해 먼저 “공동저작물의 저작재산권은 그 저작재산권자 전원의 합의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이를 행사할 수 없으며, 다른 저작재산권자의 동의가 없으면 그 지분을 양도하거나 질권의 목적으로 할 수 없다. 이 경우 각 저작재산권자는 신의에 반하여 합의의 성립을 방해하거나 동의를 거부할 수 없다.”고 규정한다.

    여기서 ‘합의’란 권리자 자신의 일방적 의사 표시에 의해 일정한 법률효과가 생기게 하는 것을 뜻한다. ‘동의’는 다른 사람의 행위에 대해 긍정적 의사 표시를 함으로써 다른 사람의 행위에 법률 효과가 생기게 하는 것을 말한다. 따라서 그 취지는 공동저작물의 저작인격권에 관한 규정의 내용과 같다. 각 저작재산권자는 신의에 반하여 합의의 성립을 방해하거나 동의를 거부할 수 없다고 한 것도 마찬가지다.

    다음으로 “공동저작물의 이용에 따른 이익은 공동저작자간에 특약이 없는 때에는 그 저작물의 창작에 이바지한 정도에 따라 각자에게 배분된다. 이 경우 각자의 이바지한 정도가 명확하지 아니한 때에는 균등한 것으로 추정한다.”고 저작권법은 명시한다. 이는 공동저작물의 이용에 따른 이익 배분에 관한 규정이다. 공동저작자 사이에 특별한 약속이 없다면 우선은 그 저작물의 창작에 이바지한 정도에 따라 이익이 배분된다는 뜻이다. 따라서 특약이 있다면 그에 따라야 함은 물론이다. 하지만 특약도 없고, 각자가 저작물의 창작에 기여한 정도를 가려내기도 어려운 경우의 공동저작물 저작재산권은 균등하게 배분될 수밖에 없다.

    예컨대, 어떤 공동저작물의 저작재산권자로 A, B, C의 세 사람이 있다고 하자. 그런데 이 세 사람이 저작재산권의 지분에 관해 A에게는 50%, B에게는 30%, 그리고 C에게는 20%를 각각 인정하기로 서로 약정했다면 그에 따라 저작재산권의 행사로 생기는 이익이 배분되는 것이다.

    그런데 그러한 약정사항이 없고 또 저작물의 성격상 누가 얼마만큼 그 저작물에 기여했는지도 밝혀내기가 어려운 경우에는 세 사람 모두에게 각각 3분의 1씩의 지분이 있는 것으로 추정해서 이익을 골고루 배분할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하지만 그러한 균등배분에 불만이 있는 저작자는 자신이 이바지한 정도를 증명함으로써 배분비율을 번복할 수도 있다. 결국 공동저작물의 이익을 배분하는 가장 합리적인 방법은 저작재산권자들끼리 균등하게 나누는 것이 아닐까 싶다.

    또 “공동저작물의 저작재산권자는 그 공동저작물에 대한 자신의 지분을 포기할 수 있으며, 포기하거나 상속인 없이 사망한 경우에 그 지분은 다른 저작재산권자에게 그 지분의 비율에 따라 배분된다.”고 한다. 우선 저작재산권은 배타권이므로 당연히 그 권리를 스스로 포기할 수도 있다.

    그리고 저작재산권자가 그 권리를 계승할 만한 사람이 하나도 없는 상태에서 아무런 유언도 남기지 않고 사망할 수도 있다. 만일 단독저작물의 경우라면 그 권리가 국가에 귀속되어 자유이용이 가능할 수도 있겠지만, 공동저작물의 경우에는 저작재산권의 보호기간이 최후로 사망한 저작재산권자를 기준으로 하기 때문에 완전히 소멸한 것으로 볼 수가 없다. 따라서 공동저작물의 저작재산권자인 한 사람이 자신의 지분을 포기하거나 상속인 없이 사망한 경우에는 그 사람의 지분은 다른 저작재산권자가 가진 지분의 비율에 따라 배분된다고 규정한 것이다.

    공동저작자들의 저작재산권 배분 조정의 예
    A·B·C 세 사람이 공동저작물을 만들었다. 이 가운데 A가 전체 저작재산권의 50% 지분을 갖기로 했다. 그런데 A가 불의의 사고로 사망했다. A에게 상속인이 없다면 나머지 공동저작자 두 사람의 지분은 상향 조정된다. 만약 B·C의 지분이 각각 20%, 30%였다면 A 사후에는 60%, 40%로 조정된다.

    그 밖의 사항은 공동저작물의 저작인격권 행사와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첫째, 공동저작물의 저작자는 그들 중에서 저작재산권을 대표하여 행사할 수 있는 자를 정할 수 있다. 둘째, 위의 규정에 의해 선임된 대표자의 대표권에 가해진 제한이 있을 때 그 제한은 선의의 제3자에게 대항할 수 없다.

    저작권 연구자, 세명대학교 디지털콘텐츠창작학과 교수. 경희대 국문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학교 신문방송학과에서 미디어와 저작권의 상관성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출판 편집자로 일했으며 국립중앙도서관 문헌번호운영위원장, 한국전자출판학회 회장 등을 역임했다. 현재 한국연구재단 연구윤리위원회 위원 등으로 활동하며 각종 기관과 단체에서 저작권 및 연구 윤리에 관한 자문, 강의를 맡고 있다. 2018년 ‘생활 속의 표절과 저작권’이 K-MOOC 강좌에 선정되었다. 저서로 『출판실무와 저작권』, 『김기태의 저작권 수업』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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