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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기태의 저작권 이야기 #11 ‘업무상저작물’의 요건과 보호 원칙

    회사원이 회사를 위해 만든 저작물, 회사원에게 저작권이 있을까?― 김기태 교수가 알려주는 미디어 저작권 상식


    글. 김기태

    발행일. 2020년 06월 19일

    김기태의 저작권 이야기 #11 ‘업무상저작물’의 요건과 보호 원칙

    어떤 저작물이든 개인의 창작 활동이 없다면 만드는 일 자체가 불가능하다. 그러나 경우에 따라서는 저작물을 작성한 개인이 아니라, 그가 속한 법인이나 단체 또는 사용자의 명의로 저작권이 귀속되는 때를 생각해볼 수 있다.

    이런 점을 감안해 현행 저작권법 제9조는 개인이 작성한 저작물이라도 일정 요건을 갖추었다면, 그가 속한 법인이나 단체가 저작자로서 모든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업무상저작물’이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정의 규정에서는 이를 가리켜 곧 “법인·단체 그 밖의 사용자의 기획 하에 법인 등의 업무에 종사하는 자가 업무상 작성하는 저작물”이라고 했으므로, 이러한 업무상저작물이 되기 위한 구체적 요건은 크게 다섯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법인 등 사용자가 저작물 작성에 있어서 기획을 해야 한다.
    기획이란 어떤 저작물을 작성할 것인가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는 일이라 할 수 있다. 대개는 그 법인 등 직무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아이디어 창출에서부터 진행되는 모든 과정을 수행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그러한 저작물을 어떤 방법으로 언제까지 작성할 것인가를 사용자가 최종 판단하는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저작물 작성자는 반드시 그 법인 등에 종사하는 사람, 즉 종업원이어야 한다.
    그러므로 고용 관계에 있지 않은 외부의 사람에게 위탁하여 작성한 저작물은 ‘단체 명의 저작물’이 될 수 없다.

    종업원이 업무상 작성한 저작물이어야 한다.
    왜냐하면 법인 등에 소속된 종업원이라 할지라도, 그 사람이 업무와 무관한 시간과 장소에서 얼마든지 저작물을 작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잡지사·신문사·방송사 소속 기자가 기사를 쓰거나 일반 회사의 홍보실 직원이 제품 안내 문안을 작성하는 일은 업무상의 행위다. 하지만 퇴근 후에 집에서 소설을 썼다면 그것은 그 개인의 저작물이다.

    법인 등의 명의로 공표되는 저작물이어야 한다.
    과거 저작권법은 저작물을 “법인 등의 명의로 공표된 것”이라고 한정했다. 그래서 “공표되지 않은 저작물”에 대해서는 누구의 저작물인지 의문이 생길 수 있었다. 현행 저작권법은 ‘공표된’이 아니라 ‘공표되는’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비록 미공표 상태에 있더라도 공표를 예정하고 있다면 이것의 저작자를 법인 등으로 보는 것이 법적 안정성을 지킬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것이다.

    또한 과거 저작권법에서는 “다만, 기명저작물의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고 단서를 두어 저작물에 근로자의 성명이 표시된 경우에는 법인 등이 아닌 종업원을 저작자로 의제하고 있었다. 그런데 실제로 이와 같이 적용되는 사례가 거의 없으며, 오히려 법인 등이 저작물에 근로자의 이름을 넣어주려는 배려마저 차단하는 역효과가 나타났다. 그래서 현행 저작권법은 이러한 단서 규정을 삭제함으로써 법인 등에 종사하는 자가 업무상 작성하는 저작물은 기명저작물이라 하더라도 특약 등이 없는 한 법인 등을 저작자로 본다고 규정하고 있다.

    법인 등의 사용자와 저작물 작성자인 종업원 사이의 계약이나 근무 규칙 등에 있어서 다른 정함이 없어야 한다.
    즉, 단체 명의로 공표하더라도 저작권은 작성자인 종업원이 갖는다거나 일정 기간이 경과하면 종업원에게 저작권이 귀속된다거나 하는 특약(特約)이 있다면 그대로 따라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업무상저작물로서의 모든 요건을 갖춘 저작물의 경우라도 그것에 따른 별도의 계약 사항이 있다면 업무상저작물이 아닌 개인 명의의 저작물이 되는 경우도 있다 하겠다.

    참고
    
    양도 계약을 통해 저작권자가 되는 경우, 저작권이 처음부터 단체 등에 생긴 것이 아니라 창작자에게 발생한 저작권을 양도받은 셈이다. 이때 양도된 것은 저작재산권뿐이다. 저작인격권은 저작자 일신에 전속하며 양도가 불가능하다. 즉, 단체 등이 갖게 되는 권리는 저작재산권으로 한정된다.
    
    또한, 업무상저작물이 아닌 것에 대하여 저작권 양도 계약을 통해 단체 등이 저작권자가 되었다 해도 이는 업무상저작물이 될 수 없다. 반면에 업무상저작물의 경우, 단체 등이 저작인격권까지 모두 갖게 된다는 점에서 근본적으로 다르다. 따라서 특정 도서의 저작에 참여하는 집필진의 면면에 따라 업무상저작물이 될 수도 그렇지 못할 수도 있을 것이다.

    업무상저작물의 출판 편집 과정에서 주의해야 할 점들

    이미 살핀 바와 같이, 저작물의 창작은 본래 자연인으로서의 사람이 하는 것이기 때문에 자연인만이 창작자가 되는 것이 원칙이다. 다만, 업무상 작성된 저작물의 경우에는 법인이나 단체가 창작의 주체, 즉 저작자로 인정된다.

    출판물 편집 활동에 있어서도 이 같은 원칙은 그대로 준용된다. 외주 원고가 아닌 출판사 자체의 기획 및 편집 과정을 거쳐 만들어진 각종 개발물의 저작자는, 저작물 편집 담당자가 아니라 해당 출판사가 된다. 단, 출판사가 업무상저작물의 저작자가 되려면 다음과 같이 구체적인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출판사 내부에서 특정 저작물의 작성에 대한 기획이 이루어져야 한다.
    만일 외부의 개인이나 집단에서 특정 저작물의 개발에 대한 기획안을 제안해서 이루어지는 것이라면 업무상저작물이 될 수 없을지도 모르므로 주의할 필요가 있다.

    출판사에 소속된 근로자로서의 편집자가 작성한 저작물이어야 한다.
    여기서 ‘근로자’란, “고용 계약에 의하여 회사나 단체 등의 업무를 위하여 고용된 사람”을 의미한다. 즉, 입사 절차에 따라 채용된 출판사 직원을 가리키는 것이다. 따라서 청탁에 따라 이루어지는 외부 전문가의 완성물(원고·사진·삽화 등)에 대해서는, 출판사가 업무상저작물의 저작자로 인정될 수 없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출판사 내규에 따라 업무상 작성한 저작물이어야 한다.
    출판사 고유의 업무이자 근로의 일환으로 작성된 저작물이어야 한다는 뜻이다. 편집자가 비록 근무 시간에 작성한 저작물일지라도 회사 업무가 아닌 개인 취미로 창작한 저작물이거나, 퇴근 후처럼 업무 시간 외에 작성한 저작물은 업무상저작물이 아니라 개인 저작물이 된다.

    출판사 명의로 공표되어야 한다.
    여기에는 출판사 명의로 공표 예정인 것도 포함된다. 과거에는 업무상저작물에 근로자의 성명을 표시하여 공표한 때에는 해당 근로자를 업무상저작물의 저작자로 보았다. 하지만 2006년 12월 28일 전부개정된 저작권법(2007년 6월 29일 발효)에 따라, 업무상저작물에 근로자의 성명이 표시된 채 공표되었다는 이유만으로는 근로자를 업무상저작물의 저작자로 인정하지 않게 되었다.(기명 기사에 표시되는 기자 성명은 저작자 표시가 아닌 해당 업무의 담당자 표시로 본다는 점에 주의해야 한다.)

    업무상 작성한 저작물의 저작자를 근로자로 한다는 등의 특약이나 규정이 없어야 한다.
    출판사 자체의 근로계약이나 근무 규칙에 그러한 약정 또는 규정 및 특약이 있는 때에는 그 저작물의 저작자는 출판사가 아니라 해당 근로자(편집자 등의 직원)가 된다.

    이상과 같은 요건을 충족하는 경우, 출판물 편집자의 모든 활동에 대한 결과물의 저작권은 편집자가 소속된 회사에 귀속된다. 하지만, 만약 업무의 일환으로 업무상저작물을 편집하는 과정에서 타인의 저작권을 침해하게 된다면 그 책임은 전적으로 편집자 본인에게 있으므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업무상저작물 관련 저작권 침해, 직원뿐 아니라 회사도 처벌받을 수 있다

    현행 저작권법에는 업무상저작물에 대한 양벌 규정이 있다. 저작권 등을 침해한 당사자뿐만 아니라 그의 고용주 또한 처벌의 대상임을 밝힌 것이다.

    저작권법 제9조의 “업무상저작물의 저작자”에 대한 규정을 보면, 만일 법인의 대표자나 법인 또는 개인의 대리인이나 사용인, 그 밖의 종업원이 그 법인 또는 개인의 업무에 관해 저작권 관련 범죄 행위를 저질렀다면 행위자를 처벌함과 동시에 그 법인 또는 개인도 아울러 해당 조의 벌금형으로 처벌할 수 있도록 돼 있다.

    따라서 종업원 등의 범죄 행위가 제136조 제1항에 해당한다면 5천만 원 이하의 벌금을, 제136조 제2항에 해당한다면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을, 제137조에 해당한다면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을 각각 물게 된다.

    저작권법 제141조(업무상저작물 양벌 규정)
    법인의 대표자나 법인 또는 개인의 대리인·사용인 그 밖의 종업원이 그 법인 또는 개인의 업무에 관하여 이 장의 죄를 범한 때에는 행위자를 벌하는 외에 그 법인 또는 개인에 대하여도 각 해당 조의 벌금형을 과한다. 다만, 법인 또는 개인이 그 위반 행위를 방지하기 위하여 해당 업무에 관하여 상당한 주의와 감독을 게을리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양벌 요건: 범죄 행위가 법인 또는 개인을 위한 업무상 행위일 때
    민사적으로는 법인 또는 대표자인 개인의 책임을 묻지만, 형사적으로는 행위자 개인의 책임을 묻는다. 범죄 행위가 행위자의 소속사와 무관한 상태에서 이루어졌다면 행위자 개인의 처벌만으로 끝난다. 따라서 범죄 행위의 업무상 관련 여부는 그 행위의 효과가 최종적으로 귀속되는 주체가 어디인가에 따라 객관적으로 판단될 문제라고 하겠다.

    양벌 요건: 고의에 따른 요건이 필요없음
    즉, 업무상 행위가 범죄를 구성할 때는 그 행위자의 소속 법인 또는 개인의 고의나 과실 여부에 관계없이 벌금형이 과해진다.(법규상 “과할 수 있다”가 아니라 “과한다”라고 명시돼 있다.) 행위자가 처벌되면 사용자인 법인 등도 당연히 벌금형으로 처벌되는 것이다.

    다만, “법인 또는 개인이 그 위반 행위를 방지하기 위해 해당 업무에 관해 상당한 주의와 감독을 게을리하지 않은 경우에는 그렇지 않다”고 했으므로, 평소에 저작권에 관한 특강 또는 상담 프로그램 등을 정기적으로 시행하는 등 나름대로 노력한 것이 인정되는 경우에는 처벌하지 않도록 함으로써 양벌 규정이 개선된 바 있다.

    양벌 규정과 관련해 헌법재판소는 법인의 과실 유무에 상관없이 양벌 규정을 적용하여 처벌하는 것은 ‘책임주의’ 원칙에 위배되므로 ‘보건범죄단속에 관한 특별조치법’상의 양벌 규정(헌법재판소 2007.11.29. 선고, 2005헌가10 판결) 및 ‘청소년보호법’상의 양벌 규정(헌법재판소 2009.7.30. 선고, 2008헌가10 판결)은 위헌이라고 결정한 바 있다. 이에 따라 법인 등이 종업원에 대한 관리 및 감독상 주의 의무를 다한 경우에는 처벌을 하지 않도록 양벌 규정을 개선한 것이다.

    결국, 법인 등 사용자를 동시에 처벌하는 것은 종업원 등에 대한 주의의무를 태만히 수행한 데에 따른 당연한 결과이며, 만일 사용자가 고의로 종업원 등에게 범죄 행위를 하도록 종용한 경우에는 교사범(敎唆犯) 또는 공동정범(共同正犯)으로서 벌금형이 아닌 해당 조의 직접적인 벌칙을 적용받게 된다.

    저작권 연구자, 세명대학교 디지털콘텐츠창작학과 교수. 경희대 국문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학교 신문방송학과에서 미디어와 저작권의 상관성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출판 편집자로 일했으며 국립중앙도서관 문헌번호운영위원장, 한국전자출판학회 회장 등을 역임했다. 현재 한국연구재단 연구윤리위원회 위원 등으로 활동하며 각종 기관과 단체에서 저작권 및 연구 윤리에 관한 자문, 강의를 맡고 있다. 2018년 ‘생활 속의 표절과 저작권’이 K-MOOC 강좌에 선정되었다. 저서로 『출판실무와 저작권』, 『김기태의 저작권 수업』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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