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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기태의 저작권 이야기 #10 출판 실무자들이 꼭 알아야 할 상식

    출판 실무의 필수 저작권 상식 ‘배타적발행권’ ― 김기태 교수가 알려주는 미디어 저작권 상식


    글. 김기태

    발행일. 2020년 06월 12일

    김기태의 저작권 이야기 #10 출판 실무자들이 꼭 알아야 할 상식

    배타적발행권은 2011년 12월 개정 저작권법에서 신설된 권리다. 과거에는 ‘출판권’과 ‘프로그램배타적발행권’의 경우에만 인정되었던 배타적 권리를 모든 저작물 등의 발행 및 복제·전송에도 설정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또한, 배타적발행권 설정에서 출판권 설정을 제외함으로써 배타적발행권과 출판권의 관계를 명확히 구분했다.

    전통적으로 출판(出版, publishing)과 저작권(著作權, copyright)은 불가분의 관계 속에서 발전해온 개념이다. 인류 문명사에 있어, 문자의 출현 이후 다양한 필사(筆寫) 매체가 등장하고 여러 문명이 세계 곳곳에서 발흥하는 동안 문자 복제술은 필사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다.

    하지만 동양의 목판인쇄술 및 금속활자 발명에 이어 서양의 구텐베르크에 의한 활판 인쇄술이 상용화됨으로써, 15세기에 이르러 비로소 출판에 의한 대량복제시대가 열렸다. 저작물을 복제(copy)할 수 있는 권리(right)로서의 저작권이 생겨난 것이다.

    저작권법 제57조 ‘배타적발행권의 설정’

    그럼에도 굳이 배타적발행권을 신설한 배경은 무엇일까. 그만큼 저작물 이용 환경이 급변하고 있다는 인식이 자리잡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결국 저작물 이용 형태가 다양해짐에 따라, 기존의 아날로그 출판 이외에 전자책 제작 및 유통 등 다양한 이용 형태에 대해서도 저작물 이용자가 배타적발행권 설정을 통해 준물권적 지위를 확보함으로써 안정적인 사업을 영위할 수 있도록 한다는 취지를 담고 있다.

    저작권법 제57조에서는 이 같은 취지를 반영하여 ‘배타적발행권의 설정’에 대해 규정하고 있다. ‘설정(設定)’이란 쌍방 간의 계약에 따라 새로이 제한적인 물권 따위의 배타적 권리를 발생시키는 것을 말하며, 배타적발행권 역시 그러한 설정의 대상이 된다는 점을 밝히고 있는 것이다.

    여기서는 우선 용어에 대한 뜻을 살필 필요가 있다. 먼저 ‘발행(發行)’이라는 말은 정의 규정에서 “저작물 또는 음반을 공중의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하여 복제·배포하는 것을 말한다.”고 하였으나, 여기서는 ‘발행 등’이라고 하여 ‘복제·배포하는 것’뿐만 아니라 ‘복제·전송하는 것’도 포함하고 있다는 점에 주의해야 한다.

    아울러 ‘출판권’은 여기서 제외한다고 하였으므로, 결국 배타적발행권은 출판권―저작물을 복제·배포할 권리를 가진 자가 해당 저작물을 인쇄 그 밖에 이와 유사한 방법으로 문서 또는 도화로 발행(복제·배포)하는 것―을 제외한 복제·배포 및 복제·전송하는 것을 모두 지칭하는 권리 개념이 되는 셈이다.

    ‘배타적발행권’과 ‘출판권’의 차이

    출판권에 해당하는 복제란 “인쇄 또는 이와 유사한 방법”으로만 한정된다. 따라서, 녹음 또는 녹화에 의한 복제와 더불어 복제 기술의 발달에 힘입어 새로이 선보이고 있는 비종이책, 즉 오디오북 또는 비디오북이라고 일컬어지는 것들, 그리고 이른바 전자책(e-Book, u-Book, 모바일북) 등은 신설된 배타적발행권의 대상이 된다.

    결국 저작권법 제57조 제1항에서 규정하고 있는 배타적발행권이란 기존의 발행(복제·배포)에 더하여 복제·전송할 권리를 포괄하여 설정할 수 있도록 한 것으로, 기존 컴퓨터프로그램저작물에만 적용되어 온 것을 전체 저작물로 확대한 것임은 이미 살펴본 바와 같다.

    이러한 배타적발행권을 저작재산권자로부터 설정 받은 사람을 ‘배타적발행권자’라고 한다. 다만, 지난 회 칼럼에서 살펴본 ‘출판권자의 의무’에서처럼 배타적발행권자에게도 ‘9개월 이내에 발행할 의무’, ‘관행에 따라 계속해서 발행할 의무’, 그리고 ‘복제권자를 표지(標識)할 의무’ 등 세 가지 의무 사항이 부과된다.

    이 가운데 ‘복제권자를 표지할 의무’를 제외한 의무 조항은 배타적발행권자가 복제권자에 대해 지게 되는 일종의 채무다. 그러므로 합의에 의한 설정 행위에 따라 그 내용을 변경할 수 있지만, 설정 행위를 정함에 있어서 이와 같은 의무 조항을 완전히 면제하는 것은 안 된다.

    배타적발행권에 대한 저작권자의 권리

    배타적발행권 설정과 관련하여 저작재산권자에게 주어진 권리에 대한 규정도 잘 살펴볼 필요가 있다. 곧 “저작재산권자는 그 저작물에 대하여 발행 등의 방법 및 조건이 중첩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새로운 배타적발행권을 설정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런데 여기서 말하는 “발행 등의 방법 및 조건이 중첩되지 않는 범위 내”라는 것이 다양한 문제를 발생시킬 것으로 보인다. 디지털 기술을 활용하여 저작물을 이용하는 방법이나 조건이 매우 다양한데, 이러한 경우마다 모두 “새로운 배타적발행권을 설정할 수 있다”면, 이용자들 사이에 여러 혼란이 야기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즉, 배타적발행권자라 하더라도 허락 받은 방법 및 조건 한도 안에서만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는 뜻인데, 그 방법 및 조건이 뜻하는 범주가 애매하다면 분쟁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예를 들어, 전자책(e-Book) 하나만 보더라도 그것을 만드는 데 필요한 솔루션 등 기술적 방법이 매우 다양하고, 그것이 구현되는 디바이스 또한 다양하며, 유통 플랫폼도 다양한 상황인데, 이것들을 어떻게 규율할 것인가 하는 점이 대두된다.

    배타적발행권의 내용과 등록

    배타적발행권은 “설정 행위에서 정하는 바에 따라 그 배타적발행권의 목적인 저작물을 발행 등의 방법으로 이용할 권리”를 말한다. 여기서 ‘설정 행위에서 정하는 바’라는 것은 구체적인 계약의 내용, 즉 배타적발행권을 설정하는 계약 행위에 따라 만들어진 계약서에 나타나 있는 내용을 뜻한다.

    따라서 복제·배포 또는 복제·전송의 시기, 방법, 발행 등의 횟수, 저작권사용료 조건 등이 그것이며, 배타적발행권자는 그러한 내용대로만 배타적발행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뜻이다.

    또한 이후의 저작권법 제58조 등에서 규정하고 있는 배타적발행권자의 의무, 저작물의 수정·증감, 배타적발행권의 존속 기간, 배타적발행권 소멸 후의 발행물의 배포 등과 관련하여 또 다른 약정 사항도 설정 행위로 정할 수 있다.(구체적인 내용은 지난 회 칼럼에서 살핀 ‘출판권’과 같다.)

    출판권과 마찬가지로, 저작재산권자는 복제권·배포권·공중송신권을 목적으로 하는 질권이 설정되어 있는 경우 그 질권자의 허락이 있어야만 배타적발행권을 설정할 수 있다. 질권이 설정되어 있음에도 이를 무시하고 배타적발행권을 설정하는 저작재산권자가 있을지도 모르므로, 배타적발행권을 설정 받고자 하는 사람은 반드시 저작권등록부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한편, 저작권법에서는 배타적발행권도 출판권과 마찬가지로 ‘등록’을 해야만 제삼자에게 대항할 수 있음을 규정하고 있다는 점에 주의해야 한다. 이때의 배타적발행권 등록 또한 해당 권리의 효력 발생을 위한 요건이 아니라 단순히 제삼자에게 대항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거래의 안전을 위한 장치에 불과하다. 그러나 만일 배타적발행권을 둘러싼 분쟁, 특히 이중계약 같은 문제가 발생할 경우에는 설정 사실이 등록된 권리자의 권리가 우선한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저작권 연구자, 세명대학교 디지털콘텐츠창작학과 교수. 경희대 국문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학교 신문방송학과에서 미디어와 저작권의 상관성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출판 편집자로 일했으며 국립중앙도서관 문헌번호운영위원장, 한국전자출판학회 회장 등을 역임했다. 현재 한국연구재단 연구윤리위원회 위원 등으로 활동하며 각종 기관과 단체에서 저작권 및 연구 윤리에 관한 자문, 강의를 맡고 있다. 2018년 ‘생활 속의 표절과 저작권’이 K-MOOC 강좌에 선정되었다. 저서로 『출판실무와 저작권』, 『김기태의 저작권 수업』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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