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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자인 스튜디오 ‘겨울엔 토스트가 좋아(LIMPALIMPA)’

    일러스트레이션 및 그래픽 디자인 스튜디오 ‘겨울엔 토스트가 좋아’ 운영하는 조수진·김일경


    인터뷰. 스토리베리

    발행일. 2016년 02월 05일

    디자인 스튜디오 ‘겨울엔 토스트가 좋아(LIMPALIMPA)’

    같은 회사에 근무하던 선후배가 만나서 스튜디오를 차렸다. 처음부터 작정한 일은 아니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지하철 안에서 시작된, 하고 싶은 공통 작업물에 대한 가벼운 이야기가 자연스레 스튜디오 설립까지 이어졌다. 작업실을 꾸린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었지만 프로젝트로 시작해서 창업까지 했다. 맛있는 토스트처럼 달달한 반응을 얻고 있는 스튜디오 ‘겨울엔 토스트가 좋아’의 두 디자이너 김일경·조수진을 만났다.

    이름이 특이하고 재미있어요.

    각 멤버의 활동 이름이던 Bright winter day, Stitch toast, It’s a good day를 합쳐서 만들었어요. 영문명 ‘림파림파(LIMPALIMPA)’는 ‘겨울엔 토스트가 좋아’의 한글 이름을 함축한 림파빵에서 파생된 이름이에요. 림파빵은 색이 짙고, 향기가 정말 좋은 스웨덴의 호밀빵이고요. 이름 지을 때만 해도 서술형으로 푼 작업실 이름이 없었거든요. 일러스트나 디자인하는 분들은 이름 좋다고 하시는데 은행이나 세무서 가면 토스트 가게냐고 여름엔 뭐 팔 거냐고, 단말기 설치하라고(웃음).

    창업을 결정하기가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 시작하니 어떠세요?

    재취업을 할 것인지 프리랜서를 할 것인지 고민했는데 스튜디오를 시작하고 보니 뭔가를 만들어내고 고민하고 눈으로 조금씩 결과가 나오는 이 일을 계속하길 잘한 것 같아요. 이렇게 취향이 맞는 사람들을 만나기도 어렵다는 것도 잘 알기 때문에 감사하고요.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일을 늘려가는 게 만족스럽고, 앞으로 더 열심히 잘해보고 싶어요.

    협업이 중요한 일이어서 어떤 사람을 만나느냐도 중요할 것 같아요.

    정말 신기하게도 작업을 시작하면 그때마다 좋은 분들을 많이 만났어요. 조건 없이 베풀어주시는 분도 만나고. 여기 작업실 장소 구할 때도, 전시할 때도 도움을 정말 많이 받았고요. 일단 저희를 많이 알리는 게 필요할 것 같아서 외부 전시랑 작업을 많이 했는데 항상 감사한 인연들이 생기더라고요. 막상 현장에 나갔을 때 새로 배우는 것도 있고. 역시 혼자 하는 일이 아니구나, 라고 생각하죠.

    하나하나 단계별로 이루는 재미가 있을 것 같아요.

    작년을 뒤돌아보면 인생에서 그렇게 열심히 살았던 날이 없었던 것 같아요. 진짜 열심히 작업했어요. 올해는 작년처럼 엄청 바쁜 시간을 보내기보다는 안팎으로 정리도 되고 딱 핵심만 찌르는 그런 시간을 보내고 싶어요. 작업을 좀 더 많이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독립된 사무실도 생겼으니 집중적으로 일해야죠.

    SDF(서울디자인페스티벌 전시홍보를 위한 홍보물 표지그래픽), 2015
    아트웍 작업, SERENDIPITY, 2014
    WAPPEN(일러스트, 캐릭터 부착형 자수와펜 개발), 2015
    작업실.전 포스터, 2015
    젊은 스튜디오가 갖는 장점은 생생하게 피어오르는 생기가 아닐까. 이제 막 나는 법을 익힌 어린 새가 비행에 눈떠가듯이 두 사람의 생각과 감정엔 활기가 잔뜩 묻어난다.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갖는다는 일이 얼마나 행운인지, 좋아하는 일을 통하면서 세상과 소통하는 길을 만드는 일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새삼 느끼게 된다. 

    다른 분야를 해 보고 싶은 마음도 있으신가요?

    저희는 항상 열려 있는데, 의뢰가 안 오더라고요(웃음). 화장품 언제 해보고, 영화관에서 파는 팝콘에 언제 그림 그려보나 생각하죠. 그림책도 하고 싶은데 출판사에서는 저희가 제품 디자인을 하고 있으니까 그림 한 컷 정도 그린다고 생각하지 그림책을 한다고 생각하진 않으시는 것 같아요. 저희 안에는 이야기도 많고, 그림도 있는데 시간에 쫓겨서 못 만드는 것들이 많아요. 올해는 단행본이라도 꼭 하자고 생각하고 있어요.

    아직은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괴리가 있을 것 같은데 어떠세요?

    음…. 생각보다 저희를 큰 스튜디오로 봐주시는 것? 아직 손에 꼽을 정도의 능력이 있는 스튜디오는 아닌데 인턴이나 입사 지원을 해오는 경우가 많아요. 현실은 지하 사무실인데(웃음). 아직은 무조건 규모를 키우기보다 지금 이 정도 유지하는 것도 좋다고 생각해요. 작은 소리를 내더라도 자기 목소리를 내고 싶어요. 작아도 안이 꽉 차 있고, 어떤 것을 하고 싶고, 어떤 것을 전하고 싶은지 정체성을 확실히 가진 그런 스튜디오였으면 좋겠어요.

    팀워크가 좋아 보이는데 서로에 대한 피드백을 준다면요?

    서로 성격이 달라서 어떤 것을 결정할 때 오히려 좋아요. 한쪽이 추진하는 힘이 강하다면 다른 한쪽은 안정감을 주거든요. 일러스트와 그래픽으로 영역이 나뉘어 있는 점도 균형이 맞고요.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시너지 효과가 나서 더 재미있는 작업들이 나온다고 느끼거든요. 일할 때는 티격태격할 때도 잦은데 사랑의 고백도 많이 해요. 항상 하는 말이 고맙다, 옆에 있어 줘서. 동업자를 넘어서 서로에게 힘을 주는 ‘동역자’면 좋겠어요.

    소규모 스튜디오에서 힘든 건 업무도 업무지만 관계가 아닐까 싶은데요.

    그렇죠. 저흰 두 사람이니까 틀어지면 힘들어요. 감정적인 부분을 잘 느끼고 아니까 그때그때 말하면서 풀어요. 함께 지내다 보면 무난해지는 것 같아요. 자금이 있어서 시작한 경우도 아니고, 그저 그림을 그리는 능력만으로 여기까지 왔는데 험한 돌들이 많더라고요. 하지만 그런 점도 직접 부딪치니까 더 단단해진 것 같아요. 감정적인 트러블이 생겨도 같이 작업을 해야 하고, 서로에게 단 한 사람뿐인 파트너니까 빨리 풀고 잊어요. 그렇게 하지 않으면 그다음을 할 수가 없으니까요.

    고래가 그랬어 138호 표지(클라이언트: 고래가 그랬어), 2015
    RISO CALENDAR, 리소그라피를 활용한 달력, 접지형 달력, 2016
    이들의 작업도, 작업을 하는 두 사람도, 이웃집 언니 같고 동생 같은 친근감이 느껴진다. 한겨울 엄동설한에도 생각하면 마음이 포근해지는 사람처럼, 출출한 오후 뜨거운 커피와 함께 떠오르는 토스트처럼, 언 손을 녹이는 듯 따뜻한 기분이 든다. 아마 그래서일 것이다. 이들의 작업을 보면 볼수록 좋아하게 되는 이유가. 

    기억나는 작업을 꼽는다면요?

    작년 여름, 커먼그라운드에서 ‘작업실’이라는 주제로 한 전시회에요. 제일 힘들었고, 제일 재미있었어요. 저희 규모로 하기엔 사이즈 자체가 컸어요. 그래도 작업에 대한 고집이 있으니까 지금까지 한 것 말고, 새로운 걸 확 보여주고 싶었어요. 포스터부터 디스플레이, 집기까지 생각하면서 계속 밤새우면서 일을 했는데 저희가 하고 싶었던 것, 입구의 매트 하나까지도 생각과 마음이 들어간 소품들이 많았어요. 일적인 면에서도 많이 배웠고요. ‘쿨쿨전’도 기억나요. 부산에서 연 첫 전시회였는데, 한 칸 정도 되는 갤러리에서 시작했거든요. 농담처럼 여름마다 전시회 하자고 했는데 계속 기회가 주어져서 감사하죠.

    꾸준히 할 수 있는 원동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저희가 공식적으로 활동을 했던 게 핸드 메이드 페어였는데 ‘겨울엔 토스트가 좋아’란 이름으로 처음 나갔던 전시였거든요. 그때 오신 분들의 반응을 보면서 아, 이 일을 하길 정말 잘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계속해야 할지 여기서 멈추어야 할지 고민하던 시기였는데 진심으로 기뻐하고 좋아하시는 분들을 보니까 다시 좀 더 가보자 하는 계기로 삼았죠. 누군가 우리 작품을 보고 좋아하는 것도 힘이 되고, 우리가 원하는 작품을 세상에 내놓는 것도 힘이 되는 것 같아요.

    지금까지 숨 가쁜 시간을 보내온 것 같은데 돌아보니 어떠세요?

    최근 6개월 동안 상황이 급변한 것 같아요. 전시회도 하고, 세 명에서 두 명으로 조직도 바뀌고요. 처음엔 무조건 앞으로, 앞으로! 이랬는데 지금은 다른 사람이 우리한테 공감해주길 바라는 마음도 생겼어요. 스튜디오를 5년, 10년 꾸준히 유지하는 것도 상당한 능력인 것 같아요. 지금 주목받는 스튜디오들을 보면 대략 5~10년은 한 곳이거든요. 뭘 해도 시간이 걸리는구나, 이런 생각이 들어요. 많은 활동을 하고 싶지만 좋아하는 이 일을 오래 하고 싶어요.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작업하고 싶으세요?

    인쇄물을 해 봤으니까 패브릭이나 다른 소재들도 해보고 싶어요. 제품을 아기자기하게 만드는 것도 재미있는데 프로젝트 성격이 강한 작업도 정말 재미있거든요. 다양한 분야를 균형감 있게 해보고 싶어요. 동화책 작업도 하고 싶은 것 중의 하나고요. 개인 프로젝트도 좋고. 일을 하면서 느끼는 건데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재미있게 사는 건 참 감사한 일인 것 같아요. 누군가는 하기 싫은 일을 열 개 하면서 하고 싶은 것 한 개 하는데 저희는 정말 하고 싶은 일을 하니까요. 앞으로도 저희 스타일을 유지하면서 공감 가는 즐거운 디자인으로 그려나가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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