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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의 그래픽 디자이너 이본 히스

    춤추는 듯한 ‘모빌 타이포그래피’ 선보이는 그래픽 디자이너 이본 히스(Ebon Heath)


    인터뷰. 황소영 / 번역. 김종호

    발행일. 2013년 10월 21일

    미국의 그래픽 디자이너 이본 히스

    '와!' 하는 감탄의 연발. 모빌 타이포그래피라니. 보는 순간 눈을 뗄 수 없었다. 눈앞에 펼쳐지는 정교한 타이포들은 한 글자 한 글자 살아 숨쉬는 듯 그렇게 춤을 추고 있다. 미국의 그래픽 디자이너이자 타이포 아티스트 이본 히스(Ebon Heath, 홈페이지). 타이포그래피 언어를 바디랭귀지의 역동성과 어떻게 접목시킬지에 대한 질문으로 시작되었다는 그의 특별한 작업 이야기를 들어본다.

    간단한 소개를 부탁 드립니다.

    저는 어려서 미국 뉴욕 북부의 평온한 시골에서 태어나 아름답지만 복잡한 도시 브루클린에서 자랐습니다. 로드 아일랜드 디자인 스쿨(Rhode Island School of Design)에서 공부했고 1994년에 디자인 스튜디오 <스테레오타입 Stereotype>을 만들었지요. 지금은 베를린, 브루클린, 발리에 거처를 두고 지내고 있습니다.

    디자이너가 된 동기가 궁금합니다.

    어렸을 때 저희 집에는 텔레비전이 없었습니다. 물론 인터넷이 나오기 전이기도 하고요. 그 덕분에 그림 그리기나 공작을 하면서 제 나름의 상상의 날개를 펼 수 있었죠. 그래픽 디자인을 배우면서 커뮤니케이션의 특정한 기능을 살리기 위해서는 작은 디테일을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저는 전통적인 미술에서 추구하는 자신만의 목소리나 스타일을 살리는 것보다는 디자이너들이 각각의 프로젝트에 가장 부합하는 성공적인 솔루션을 얻어내기 위한 프로세스를 재창조하는 것이 훨씬 더 흥미롭다고 생각했습니다.

    특히 타이포그래피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있다면요?

    뉴욕에서 보낸 제 어린 시절을 되돌아보면 아름답지만 복잡하게 암호화된 그래피티(벽에 그려진 낙서) 문화에서부터 타임스퀘어에서 눈부시게 빛나는 거대한 광고판에 이르기까지 항상 문자에 대해서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었어요. 어렸을 때는 잡지를 모아서 침실 벽에 콜라주를 만들어 놓았는데요, 복사기를 조작해서 컬러 복사본을 만들고, 재배치(re-appropriation) 기법을 활용하여 새로운 형태의 이미지와 문자를 샘플링해서 콜라주를 완성했습니다. 이렇게 어린 시절을 보내다가 결국 타이포그래피를 공부하게 되었지요. 그리고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제 자신만의 독특한 서체를 개발할 수 있게 되었고요. 예술 감독으로서의 경험이 쌓이면서 점차 하나의 페이지를 3차원 공간을 들여다보는 창문으로서 인식하기 시작했습니다. 일단 글자들이 페이지나 스크린으로부터 떨어져 나오게 되면 공간 속에서 춤을 출 수도 있고 오히려 글의 내용과 더욱 역동적이고 긴밀한 관련성을 형성하게 됩니다. 활자는 서로 떨어져 있을 때 그 자체로서는 별 의미가 없는 숫자나 패턴과 같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문자들이 일정한 순서에 맞춰 결합되면 무한한 목소리를 만들어낼 수 있게 되지요.

    요즘 열중하고 계시는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 주세요.

    디자인 스튜디오를 열어서 어느 정도 잘 운영되자 단지 고객을 위한 디자인을 만드는 일만으로는 성취감을 채울 수 없었습니다. 유행하는 음악이나 패션을 판매하는 것을 뛰어넘어 제 작품을 통해 하고 싶은 이야기가 더 많이 남아 있었습니다. 그래서 저만의 안식 기간을 보내기 위해 사업 파트너와 함께 스페인에 있는 안달루시아(Andalusia)에 스튜디오를 하나 마련했어요. 그곳에서 저는 나의 재능으로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내가 만약 고객이고 주문서를 작성한다면 과연 어떤 것을 주문할 것인지를 스스로에게 질문했습니다. 어린 시절부터 저는 재즈나 힙합을 들으면서 그 선율을 모양으로 형상화하곤 했습니다. 제가 만든 타이포그래피 구조들은 제 머릿속에서 춤추고 있는 문자들을 3차원 공간에서 살아나게 만드는 스케치입니다. 지금은 주얼리와 샹들리에 컬렉션을 개발하고 있는데요. 곧 한정판이 발매될 예정입니다. 그리고 나중에 전시할 작품과 퍼포먼스 개발 작업도 진행하고 있고요.

    모빌 타이포그래피라는 것이 굉장히 놀랍고 신기한데요, 처음에 어떻게 만들게 되었습니까?

    제 작품 활동은 타이포그래피 언어를 바디랭귀지의 역동성과 어떻게 접목시킬지에 대한 질문으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을 찾는 과정은 (전혀 예측하지 않은 상태에서) 하나의 개념을 시각화하는 방법을 찾아내기 위해 행하는 수많은 그림 작업, 연구 조사, 모형 작업을 포함합니다. 처음의 목표는 관람객들에게 새로운 방식으로 생생하게 이야기를 전하는 퍼포먼스 작품을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목표를 따라가는 과정 중에 타이포그래피를 공부하면서 유한한 특징들을 몸체로부터 분리시킬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얻어낸 결과물이 바로 조각, 설치, 모빌 등인데요, 많은 국제 전시회에 출품할 수 있었습니다.

    [좌]The Message Chandelier [우]Aku1

    [좌]Quiet Dog Bite Hard [우]Spotless Mind
    Arabic Cuff

    어떤 프로세스와 스타일로 작업하세요?

    작품의 구조를 공학적으로 구성하기 위한 3차원 그리드 시스템을 몇 개 개발하여 사용하고 있습니다. 개념상으로는 기존의 2차원 페이지 레이아웃 디자인과 유사하지만 대신 3차원 골격 지지 시스템을 적용함으로써 유동적인 맞춤형 글자 스킨을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작업 프로세스에서 표현 수단은 손으로 그린 밑그림, 소형 아날로그 모형 제작, 레이저 재료 절단을 위한 벡터 그래픽 디자인 등에서부터 손이 많이 가는 매듭 묶기, 주름잡기, 그리고 (주얼리와 피싱 메커니즘을 위한) 고정 작업 등으로 아주 다양합니다. 최종 목표를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표현 방법이 달라지게 되는데요, 미술관 설치용으로 아주 정교한 구조물을 만드는 것에서부터 발리에서 주얼리 전시를 위해 은세공 기법을 활용한다든지, 퍼포먼스용으로 무용수가 어떠한 구애도 받지 않고 춤을 출 수 있도록 아주 단단한 재료로 구조물을 만드는 것 등을 예로 들 수 있습니다. 프로젝트마다 저만의 시각언어의 영역을 넓힐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을 만들어가는 것이 재미있습니다. 구조적인 요구 조건과 내용상의 의도로부터 비롯된 미학을 실현하는 것이지요.

    모빌 타이포그래피로 퍼포먼스를 하고 계시는데요, 주로 어떤 메시지를 담고 있나요?

    멀티미디어 퍼포먼스 작품은 운동성 인체 조각을 작가, 음향 디자이너, 안무가와 결합하여 이야기를 새롭고 역동적인 방법으로 풀어나갑니다. 2010년에 베를린의 MADE에서 선보였던 퍼포먼스는 ‘타이포그래픽 발레’라는 주제로 네 개의 독특한 장면을 서로 다른 대본, 무용수, 언어로 구성하여 표현했습니다. 세부 장면은 다음과 같습니다. 장면1: ‘미확인 오류’ 기술과 현실 사이의 모호한 경계, 장면2: ‘말(word)은 육체이다.’ 말이 힘을 부여하는 무기로 사용되는 방법, 장면3: ‘초록빛 망상’ 이란의 녹색 운동에 가담한 여인의 헌신, 장면4: ‘베를린은 한 조각의 빵이 아니다’ 베를린에서의 전쟁 전후 예술가들의 러브 스토리. 각 장면은 각기 다른 특별한 메시지를 담고 있는데요. 하지만 이 모든 것들은 관람객들이 보다 예민한 시각으로 활자를 인식하도록 돕는 데에 그 목표를 두고 있습니다.

    타이포그래피 주얼리에 대해 사람들은 어떤 반응을 보입니까?

    주얼리는 시각 언어를 사용하여 이전과 다른 소형의 재료와 감수성으로 접근한 재미난 실험적 시도였다고 할 수 있습니다. 저는 단어들에 가치를 부여하고 감성적인 의미나 비밀스런 개인의 주문(또는 만트라)이 담긴 글자들로 자신을 치장한다는 아이디어가 참 재미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은세공과 주물 작업을 배우면서 새로운 재료로 새롭게 작업하는 방법을 익히게 되었고 인도네시아 발리의 뛰어난 장인들도 알게 되었습니다.

    작품 중에서 가장 자랑스럽고 의미 있는 작품은 무엇입니까?

    퍼포먼스 작품은 미래에 대한 최대한의 가능성을 바탕으로 제 모든 기술과 경험을 쏟아 부은 최고의 작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퍼포먼스 작품을 선보이면서 예상하지 못했던 성과는 사람들이 비가상 오락물을 필요로 하고 감상할 줄 안다는 것을 배우게 됐다는 것입니다. 현대인이 평면 스크린으로부터 얻는 경험들은 이미 포화상태라고 할 수 있습니다. 라이브 퍼포먼스는 복제하거나 다운로드할 수 없는 특별한 감각들을 일깨워줍니다. 제 작품들이 대개 독립된 물체들이기 때문에 관람객들로부터의 반응을 생성하는 경험을 만들어내는 능력은 이 작품의 가장 보람된 구성 요소라고 할 수 있어요. 하지만 제가 만들어낼 다음 작품들이 항상 제가 가장 좋아하는 작품이 될 것입니다. 그건 제가 무언가를 완성하자마자 그것을 개선할 방법이 무엇인지를 항상 고민하기 때문입니다.

    [좌]Green Dellusion [우]The Word is Flesh
    Second Glance
    Stripe 2
    MADE FILM ABOUT THE TYPOGRAPHIC BALLET from MADE Blog on Vimeo

    아이디어, 혹은 영감은 주로 어디에서 받는지 궁금합니다.

    기본적으로 자연의 완전함, 특히 특히 꽃에서 찾을 수 있는 질서와 신성한 기하학적 구조로부터 영감을 받습니다. 어려서부터 매일 보았던 글자 형태가 개인화된 그래피티에서도 영감을 얻습니다. 서로 다른 그래피티 작가들이 같은 문자들로 시작해서 그 문자들을 독특한 자기만의 형태로 위장시키는 것을 보고 늘 감탄했습니다. 제가 어렸을 때 처음으로 저에게 영감을 불어넣어 준 분은 알렉산더 칼더(Alexander Calder)라는 분이었습니다. 그는 칼더 서커스의 디자이너이자 예술가였습니다. 그는 쓰레기에도 생기를 불어 넣어 세상을 여행하며 세상과 상호작용하는 퍼포먼스 조각으로 만들었습니다. 그가 만든 모빌은 완벽한 역동적 조화를 이루며 떠다니는 단순화된 양식으로서 새로운 조각 영역으로 자리잡게 되었습니다. 저는 그저 감탄만할 따름이었습니다.

    계속해서 타이포그래피를 하게 되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타이포그래피는 그것이 창조할 수 있는 내용과 형태에 대한 무한한 가능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모든 언어에서 찾을 수 있는 유한한 문자들을 조합하여 이것을 전세계의 수없이 많은 작가들이 자신들을 형상화한 유의미한 심볼로서 사용해 왔습니다. 타이포그래피 기반의 예술은 이성과 감성 사이에 긴장을 조성합니다. 이성은 문자 퍼즐을 해독하여 형태의 의미를 부여하려고 노력합니다. 한편 감성은 형태의 추상적 관념을 하나의 미로서 감상하며 개인의 감정과 정서적인 의의를 불러일으킵니다. 또한 저는 독자들이 이해하지 못하는 언어에 대해서도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렇게 된다면 우리는 심볼들을 더 면밀하게 살펴봐야 하고 그 뜻의 수수께끼를 풀기 위해 호기심을 가져야 하며, 그 컨텐츠로부터 떨어져 나온 부호들을 눈으로 감상하려고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설치 작품 중에서 ‘홈(Home)’이라는 제목이 붙은 것이 있는데요. 이 작품에는 13개국 언어가 들어 있는데 모두 같은 문구가 번역된 것입니다. 이것은 우리가 같은 대상을 어떻게 부르는지를 묘사하고 있는데요. 결국 형태만 다를 따름입니다.

    작품을 통해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으신가요?

    그래픽 디자이너로서 훈련을 받으면서 저는 제 역할이 작가와 독자 사이에서 컨텐츠에 대한 원활한 이해를 돕는 중개인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저는 다양한 시인, 작가, 작사가, 힙합엠시 등이 만든 콘텐츠를 활용합니다. 재맥락화된 단어들의 형태와 내용을 통해 진정한 아름다움을 발견하게 되는데요. 저는 이러한 것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전시될 작품은 제 자신의 느낌, 전시의 지리적/문화적 위치, 그리고 후원자의 이익 등을 고려하여 선택합니다. 개인적인 작품 전시회에서는 제가 직접 쓴 글을 소개하기도 합니다. 이 경우에는 작품에 숨어있는 제 목소리로 들려주는 메시지에 대해 스스로 책임을 지게 됩니다.

    최종적으로 지향하는 바가 있다면요?

    자유로운 삶을 살고, 무한한 상상력으로 끊임없이 아이디어를 낼 수 있기를 바랍니다.

    한국 작가, 작품에 대해 알고 계십니까? 알고 계시다면 어떤 느낌을 받으셨습니까?

    제가 가장 좋아하는 디자이너이자 예술가이자 멋진 한국인 친구는 Rostarr로 잘 알려진 뉴욕 출신의 로만 키민 양(Romon Kimin Yang)입니다. 그 역시 그래픽 디자인을 전공했는데요. 하지만 지금은 미술가로서 더 많은 작업을 하고 있지요. 그는 디자이너로서 그래픽을 통제하고 구성하는 능력을 갖추고 있습니다만, 자신 스스로 고객이 되어 자신만의 표현력 있는 목소리를 기능화하여 듣고 나눕니다. 그의 작품은 그래픽 통제로부터 얻어지는 명확성과 혼돈의 관념적 표현 사이에서 아름다운 긴장을 조성합니다.

    끝으로 타이포그래피 서울 독자들에게 한마디 해 주신다면요?

    세상의 모든 것에 귀를 기울이시고 아주 작은 디테일을 눈으로 관찰하십시오. 우리 개개인의 삶 속에 내재된 디테일을 더욱 분명히 바라 볼 수 있도록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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