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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위스의 그래픽 디자이너 장 베누아 레비

    윤디자인연구소에서 개인전 개최하는 장 베누아 레비(Jean-Benoit Levy)


    인터뷰. 황소영 / 통역. 김창식

    발행일. 2014년 09월 24일

    스위스의 그래픽 디자이너 장 베누아 레비

    장 베누아 레비(Jean-Benoit Levy)는 이미지와 타이포그래피의 상관관계를 다양한 실험으로 새로움을 시각화하는 그래픽 디자이너이자 시각 커뮤니케이터이다. 그의 작업에는 이미지의 문맥에서 비롯한 강렬하고 오묘한 매력이 있는 시각 메시지가 작품마다 각기 다르게 표출된다. 몽상적인 사진의 시공을 초월한 콜라주 기법을 활용하여 스토리텔링을 이끌어 내는 그의 포스터의 과감한 표현은 청중들로 하여금 적극적인 반응과 분위기를 유도하기도 한다.
    
    그는 1989년에 디자인 스튜디오 AND(홈페이지)를 바젤에 설립하고 25년을 포스터, 아이덴티티, 우표, 그리고 북 디자인 등 다양한 매체를 두루 아우르는 총체적인 디자인 작업을 했다. 프랑스, 이탈리아, 스위스, 독일, 일본 등 수많은 국제 포스터 공모전에서 수상하였으며, 현재 AGI 회원이다. 2004년 이후 미국으로 이주하여 RISD, VCU, AAU 등 많은 디자인 학교에서 강의를 해왔고 현재 샌프란시스코에 거주하며 2010년 이후 SJSU에서 겸임교수로 재직 중이다. 지난 8월, 윤디자인연구소 갤러리뚱에서 열렸던 그의 개인전과 스위스 포스터전을 앞두고 그를 만났다.

    지난 8월 한국에서 개인전과 스위스 포스터 전을 여셨잖아요. 어떤 의미의 전시였나요?

    스위스에서는 아직도 중요한 대중 매체 중 하나가 포스터예요. 아예 ‘스트리트 포스터’라는 분야가 따로 있지요. 이것은 광고와는 다른 개념인데요, 문화예술을 담고 있는 포스터라고 설명하면 쉽겠네요. 스위스 디자이너들은 옷 가게, 미용실, 서점 등 다양한 가게와 연극 등 다양한 공연을 위한 포스터를 만드는데요, 그 내용이 상업적인 것은 아니에요. 미용실을 예를 들면, 한국의 경우 보통 파마는 얼마고, 헤어디자이너가 얼마나 유명한가 그런데 포커스를 두고 광고 포스터를 만들잖아요. 스위스 포스터에는 헤어디자이너의 철학을 예술적으로 풀어서 담고 있어요. 그 시대의 문화예술을 아우르는 내용인 거죠. 그것 자체가 자부심인 거고 거리의 포스터 수준이 스위스만의 문화예술을 나타내는 척도가 되기도 해요. 일반적으로 포스터가 나오면 거리에서 2주 동안 전시를 하는데요, 특별하게 액자에 넣는다거나 정형화한 광고 틀에 넣어 예쁘게 선보이려는 건 아니고 포스터에 그냥 물풀을 발라 붙이는 거죠. 요즘 같은 디지털 시대에도 젊은 그래픽 디자이너들은 길거리에 있는 유명 디자이너의 작품을 콜렉팅하는 게 꿈이에요. 7~80년 전부터 내려온 전통을 꿈으로 생각하고 있는 거죠. 그렇기 때문에 스위스 포스터 디자인이 오래가는 거예요. 이번 전시에서는 스위스 포스터가 가지고 있는 ‘생명력’을 전하고 싶었어요. 스위스 디자인 1세대인 아민 호프만(Armin Hof mann, 1920~2005)부터 저와 같이 활동하는 2세대, 그리고 앞으로 스위스 디자인을 이끌어갈 3세대 디자이너의 작품까지 한자리에 모은 아주 의미 있는 전시였습니다.

    오리지널 포스터를 전시에서 봤어요. 사이즈가 매우 크던데요, 스위스 포스터만의 특징이 있나요?

    스위스에 가면 거리에 둥그런 기둥들이 많은데요, 일반적으로 거기에 포스터를 감싸거든요. 그러다 보니 어느 나라에도 없는 특이한 사이즈가 나와요. 세로가 128cm, 가로가 91.4cm로 대형 사이즈이지요. 그리고 특이한 게 대부분이 실크스크린 프린트에요. 보통의 상업 포스터와는 제작방식조차 다르죠. 전시에 모인 작가들은 제 모교인 바젤대학 선후배들인데요, 어떤 사람은 타이포그래피로 유명하고 또 어떤 사람은 화폐 디자인으로 유명하고 또 어떤 사름은 브랜드 로고 타입으로 유명해요. 이렇게 각자 다방면으로 유명하지만, 스위스에서는 포스터로 유명한 분들이 모인 거예요. 포스터로는 돈을 벌 수는 없지만, 이분들에게 ‘자부심’ 그 이상이에요. 돈은 다른 작업으로 벌면 되니까요. 또 한가지 특징이라고 하면 작가 한 사람 한 사람 스타일이 겹치는 사람이 아무도 없어요. 같은 학교 출신이나 같은 선생님 밑에서 배웠더라도 다 달라요. 그만큼 다채로운 스타일로 스위스 디자인 문화를 대표하는 것이 스트리트 포스터라고 할 수 있어요.

    The Handbook.In the same collection as the “Helvetica” book,
    this personal project is published at Lars Müller Publishers. 링크 바로가기1 링크 바로가기2
    The Handbook: Various spreads. 링크 바로가기
    Wine labels for two wines in Swiss Jura ( Red: Gamay and White: Chasselat ).
    T-Shirt for the international classical dance competition Prix de Lausanne.

    작가님 이야기가 궁금해요. 디자이너의 길로 가게 된 계기가 있었나요?

    저는 예술가 집안에서 태어났어요. 어머니는 유명한 사진가이고 여동생은 무대 연출 디자인을 하고 있죠. 어릴 때부터 자연스레 예술적인 환경에 있었던 거예요. 각자의 방을 창작 공간이라고 생각하면서 제가 15살 때 포스터를 만든 것이 있어요. 제 방을 위한 포스터인데요, 포스터를 보면 가운데는 지구가 있고 그 주위엔 화살표가 여러 개 있어요. 전 세계에서 제가 중심이 돼서 뭔가 영향을 주고받는 그런 느낌의 내용이죠. 콜라주 포스터인데 그런 공예적인 작업을 하면서 꿈도 키우고 그것에서 큰 기쁨을 얻었지요. 제가 디자이너가 된 건 아주 자연스러운 일이었던 것 같아요. 참, 어릴 적 만들었던 이 포스터를 모티브로 이번 한국 전시회 포스터를 만들기도 했어요.

    작가님만의 디자인 프로세스가 궁금해요.

    저는 특별히 사진과 타이포그래피의 관계에 중점을 두고 있어요. 매번 의도적으로 다른 폰트, 다른 이미지를 사용해 실험해요. 그래서 선호하거나 자주 사용하는 폰트가 없어요. 표현적으로는 ‘듀얼 미닝(Duel Meaning)’이 동시에 존재하도록, 오늘 내가 이런 관점으로 봤으면 다음엔 다른 관점의 의미가 되살아나는 사진과 텍스트의 관계. 쓰는 사진도 독립된 표현 보다는 합성된 표현을 좋아해요. 이런 작업은 매번 볼때 마다 새로움을 느끼게 하죠. 또 하나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작업할 때의 시간이에요. 시간에 쫓겨서 하는 작업은 거의 안 해요. 특히 저의 클라이언트들은 물건을 파는 사람들이 아니기 때문에 대부분 시간을 길게 갖고 다양한 경우의 수를 생각하며 접근하는 작업을 해요.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클라이언트 개념과 조금 다를 것 같아요.

    클라이언트와 부딪히는 일은 늘 있는 일이지만, 결론은 어떤 방식으로든 나요. 다만 내 스타일을 아는 클라이언트는 금방 따라오지만, 어떤 사람은 막무가내일 수도 있죠. 그런 경우는 자연스레 계속해서 교육을 해요. 디자이너는 그들의 보이지 않는 생각을 표출해주는 사람이잖아요. 그들은 트레이닝을 받은 사람들이 아니니까. 우리의 제일 중요한 역할은 그 사람들이 추상적으로 가지고 있는 생각을 시각화할 수 있도록 대화를 하고 잘 듣고 분석을 해서 원하는 방향으로 이끌어 내는 것이죠. 디자인하는 과정에 그들을 동참시키는 거예요. 그러면 클라이언트도 디자이너도 모두 행복한 결과를 얻게 되지요.

    hand signs(바로 가기)
    Logos and logotypes :
    [상좌] Dynasty Creation: The letters “C” and “D” combined for a beauty center.
    [상우] Friends of the Bolshoi: Letters from the cyrillic alphabet for the famous russian theater.
    [하좌] AdinaMusic.com: Adaptation of an existing logo for a musical website related to a line of healthy soft drinks.[하우] Yoga: Typographical research for logo-animation.
    링크 바로가기
    The A-stamp: Re-design for a definitive stamp in Switzerland; priority mail. ( Client: The Swiss Post ).
    링크 바로가기
    Chateau de Chillon: Mint creation for the entering of the famous Swiss property in the UNESCO World Heritage, 2004.

    타이포그래피에 대해서는 어떤 생각, 어떤 고민을 하시나요?

    타이포그래피는 사람과 똑같다고 생각해요. 이런 사람 저런 사람 있듯이 말이에요. 실제 타입 용어들을 보면 보디, 스파인, 풋, 이어 등 사람 해부도를 지칭하는 것 같잖아요. 타입 패밀리, 타입 페이스라는 표현도 있고요. 사람이 가진 개성이나 성격을 각각 표출하듯이 타이포그래피의 일반적인 개념도 인간사에서 나오는 그런 것과 똑같다는 거죠. 마치 연출가가 성격 다른 배우들의 특징을 잡아 시나리오를 만들듯이 저에게 타이포그래피도 그런 개념이에요.

    세계 곳곳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계시기도 하잖아요. 어떤 선생님이세요?

    스위스의 아트센터 분교, 로드아일랜드 디자인 스쿨, 모교인 바젤 대학교, 버지니아 코먼웰스 대학교, 산호세 대학, 한국의 파주 타이포그라피 학교까지 많은 학교에서 많은 학생을 만났지만, 학생은 어디나 다 똑같아요.(웃음) 학생들에게 권위적으로 대하며 무언가 강제로 명령하고 싶지 않죠. 저 자체도 자유로운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니까요. 오래 걸리더라도 어떤 가이드 라인 없이 자연스럽게 애들 스스로 깨닫도록 기다리는 편이에요. 예를 들면 구두장이가 제자를 가르칠 때 교본이 있어서 가르치는 것이 아니잖아요. 아무리 디지털 시대라 해도 제가 배웠던 대로 전통적인 방식으로 가르칩니다.

    최종적으로 이루고 싶은 목표, 앞으로의 일들에 관해 이야기해주세요.

    개인적인 목표는 제가 지금 나이가 57세인데, 결혼을 늦게 해서 큰애가 8살, 작은애가 3살이에요. 얘들 성격이 참 별나고 특이해요. 이 애들이 미래 시대 새로운 패러다임 속에서 어떤 역할을 하게 될지 궁금하기도 하고 기대도 되죠. 변화에 일조할 수 있는 사람으로 컸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어요. 그리고 작가로서의 목표는 계속해서 발전하는 테크놀러지에 전통적인 방식을 접목하는 작업을 하고 싶은 거죠. 최근에 한 작업 중에 길거리에 QR 코드를 쫙 붙여 놓고 관객들에게 스마트폰으로 찍어보게 했어요. 찍는 순간 QR 코드에 데이터화한 포스터가 마치 가상의 공간에 디스플레이 된 것처럼 눈앞에 펼쳐져요. 이런 작업들을 계속 하고 싶은 거예요. 그동안 제가 만들었던 포스터를 보면 표면적으로는 평면적이지만 그 의미를 제대로 보려면 동작이 요구되는 표현이 많아요. 이런 것들이 첨단 기술과 융합한다면, 말 그대로 동영상 포스터가 될 수도 있고 또 다른 3차원적 표현이 가능해지겠죠. 전통적인 것에 계속해서 새로운 시각 경험을 더하고 싶습니다.

    [좌] Bank Sarasin: Poster for a private bank, Basel, 1994 (Agency: Merz, Basel; Photo: Image Bank). [우] Marktblatt: Poster for an advertisement paper, Bern, 1989 (Photo: Alexandre Genoud).
    [좌] Solothurn Literature Days: Poster for a book festival, Solothurn, 1994 (Photomontage: Jean-Pascal Imsand). [우] Coiffure L’Adresse: Poster for a hairdresser, Basel, 1993 (Photo: Leah Demchick).
    [좌] Das Labyrinth: Poster for a bookstore, Basel, 1997 (Photo: Studio AND). [우] Prix de Lausanne: Poster for an international classical dance competition, Lausanne, 1996 (Photo: Philippe Pache).
    [좌] Opfer der Pflicht, Ionesco: Poster for a theater, Basel, 1992 (Photo: Stefan Meichtry). [우] AIGA, the Seam: Poster for a series of open door in graphic studio, San Francisco, 2001 (Photo: Robert Schlat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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