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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늠할 수 없는 상상력의 깊이, <팀 버튼 전>

    아픔으로 너덜너덜해진 마음은 누구나 가지고 있기 마련. 누군가 그 상처를 알아봐 주고 감싸주기를 바라지만, 한편으론 모른척해 주기를 바라기도 한다.


    글. TS 편집팀

    발행일. 2012년 12월 24일

    가늠할 수 없는 상상력의 깊이, <팀 버튼 전>

    누덕누덕. 팀 버튼의 캐릭터들은 하나같이 이렇다. 그 상처와 외로움의 깊이는 상상할 수도 없고 측은지심에서 샘솟는 사랑스러움은 과히 독보적이다. 아픔으로 너덜너덜해진 마음은 누구나 가지고 있기 마련. 누군가 그 상처를 알아봐 주고 감싸주기를 바라지만, 한편으론 모른척해 주기를 바라기도 한다. 하지만 팀 버튼은 그 상처를 밖으로 꺼내어 꿰매고 또 꿰매어 아물기 위한 시도를 끊임없이 한다. 유독 그에게서 태어난 캐릭터의 얼굴과 몸에 바늘로 꿰맨 자국이 많은 것도 이 때문이겠지. 한 땀 한 땀, 미국에서 온 이 장인의 손길에서 세상을 향한 뜨거운 애정이 느껴진다.

    전시장 로비와 입구 조형물
     전시장 외부 벽면 전시물

    뉴욕현대미술관(MoMA)과 서울시립미술관, 현대카드가 공동 주최하는 ‘현대카드 컬처프로젝트 09 <팀 버튼 전>’은 영화 <가위손>과 <배트맨>, <찰리와 초콜릿 공장>,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등을 연출한 팀 버튼 감독의 발자취를 담아낸 전시이다. 그가 어린 시절에 그린 습작부터 회화, 데생, 사진, 영화제작을 위해 만든 캐릭터 모형 및 일반 대중에게 공개하지 않고 보관해 온 작품까지 총 860여 점의 작품을 선보인다.

    전시 관람 내내 작품 한곳 한곳에 머무르게 되는 긴 시간과 끝이 보이지 않는 관람 줄로 팀 버튼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을 가늠해볼 수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지난 25년간 출시된 14편의 팀 버튼 영화들은 그 스타일이 매우 독특해서 ‘버튼 양식(Burtonesque)’이라고 일컬어질 정도. 팀 버튼만의 독특한 시각적 연출과 심오한 주제는 그만의 미학과 스타일을 확립하는데 기여했으며, 독창적인 캐릭터들은 전 세계인의 사랑을 받고 있다. 지금까지 팀 버튼은 주로 영화로만 알려져 왔으나 이번 전시에서 만날 수 있는 다양한 예술 작품을 통해 그가 팝 컬처로부터 영감을 받은 포스트 모던 세대의 예술가임을 알 수 있다.

    [좌] 무제(굴소년의 우울한 죽음) Untitled (The Melancholy Death of Oyster Boy and Other Stories), 1998
    [우] 무제 (굴소년의 우울한 죽음) Untitled (The Melancholy Death of Oyster Boy and Other Stories), 1982-1984
    무제 (숫자시리즈, #6) Untitled (Number Series, #6), 1982
    [좌] 무제 (사탕을 주세요!) Untitled (Trick or Treat), 1980  [우] 와인과 푸른 소녀 Blue Girl with Wine, 1997 년경

    이번 전시는 팀 버튼의 작품 세계를 ‘성장기, 성숙기, 전성기’ 세 가지 주제로 구분하고 있다. 우리 시대 무한한 상상력의 대표적인 아이콘인 팀 버튼의 작품들이 어떻게 발전하고 진화했는지 그 과정을 자연스럽게 발견할 좋은 기회인 것이다.

    성장기. 1958년 미국 캘리포니아의 버뱅크(Burbank)에서 태어나 유년기를 보낸 팀 버튼. 그는 스스로 버뱅크에서의 외롭고 지겨웠던 어린 시절에 대해 밝힌 바 있다. 어린 팀 버튼은 놀이동산이나 동네 축제에서 영감을 받아 유별난 상상력을 스케치하곤 했는데, 그 시절 그의 그림은 각종 잡지에서 정성스럽게 수집한 만화를 닮아 명랑함이 살아있다.

    성숙기. 18세가 되던 해, 월트 디즈니가 설립한 캘리포니아예술학교(칼 아츠 Cal Arts)에 입학하게 된 팀 버튼은 그로부터 2년 후에 월트 디즈니 스튜디오에서 일하게 된다. 어린아이 같은 감성을 바탕으로 기괴하면서도 유머러스한 팀 버튼만의 작품 세계가 바로 이 시기에 본격적으로 탄생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전성기. 팀 버튼은 기발한 상상력을 바탕으로 자신만의 스타일을 구축해 비로소 할리우드에서 가장 인기 있는 영화감독이자 위대한 예술가의 반열에 올라서게 된다. <가위손>, <배트맨>, <크리스마스의 악몽>, <찰리와 초콜릿 공장> 등 명작이 탄생하는 데 기초가 되었던 스케치부터 캐릭터 모형들, 실제 영화 속에 등장한 소품 등 높은 예술적 수준을 자랑하는 흥미로운 작품들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좌] 배트맨 가면  [우] 찰리와 초콜릿 공장 난쟁이 조형물
    무제(오브제 작품) 

    얼굴인 것 같으면 가면이고, 막대기인 것 같으면 몸뚱이고, 여러 개의 눈과 다리는 기본이요, 온몸이 함께 붙어 있는 것만으로도 다행. 이런 기괴한 형태의 캐릭터들은 각각의 그 스토리도 참 기구하다. 언제 어디나 시체가 있는 곳이라면 달려가는 해결사, 타고난 가위손으로 나무와 얼음을 조각하는 이상한 사람, 끊임없이 거짓말을 만들어 내는 사람, 이상한 나라에서 처절하게 살아남아 삶의 지혜를 가르치기도 한다. 무한한 상상력의 결과물로 나타난 이들은 팀 버튼의 작품세계에서 대단히 중요한 메시지 바로 그 자체이다. 일상이 무료하다면, 지금이 <팀 버튼 전>을 보러 갈 가장 적합한 찬스! 빙글빙글 가늠할 수 없는 상상력의 미로 속에서 한껏 헤매보자.

    전시 정보

    현대카드 컬처프로젝트 09 <팀 버튼 전>

    기간: 2012년 12월 12일(수)~2013년 4월 14일(일)

    장소: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 본관 2, 3층

    주최: 뉴욕현대미술관(MoMA), 서울시립미술관, 현대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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